온다 리쿠의 소설은 처음부터 마구 달려가지는 않는다. 물론 확 빠지지도 않는다. 그저 잠잠히 야금야금 조금씩 잡아당긴다. 그렇게 발부터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허리를 넘고 가슴을 넘어 목을 지나 머리까지 완전히 빠지게 만든다. 나에게 온다 리쿠의 소설은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허리 부분을 지나기까지 올라오는 그것을 인내하기 힘들었고 그 상황이 지루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달랐다.
본격적인 판타지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장르소설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사람이 사라진다. 그것도 한 순간에 말이다. 실종사건인데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실종되었던 인물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디에 갔다 왔느냐고 물어도 그 사람은 대답을 할 수 없다. 그 동안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동하는데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해진다. 사라진 사람은 한 명이 아니다. 연달아서 모두 여자 그리고 노인들만 없어지는 실종사건.
누가 무엇때문에 사람들을 데려가고 있는 걸까도 궁금하지만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가도 궁금하며 더군다나 어디로 데려 갔는지는 더더욱 궁금하다. 거기다 무슨 목적인지를 알 수 없으니 그 또한 궁금증을 더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면 돈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그에 대응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런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당최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모든 것이 궁금한 실종사건인 셈이다. 그래서 일종의 장르소설처럼 구성되어 있는 플롯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