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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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작가가 자신의 책을 광고하는데 진심이거나 아니면 정말 획기적인 재미를 추구하거나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전작을 신작에 인용한 것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리즈인 경우에 행해지는 방식이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물고 오면서 이 사건은 전작에 나온다며 밑에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방식이다. 

본문 속에서 사건을 언급하는 방법도 있다. 이 책 속에도 엥겔 과장과 피아의 동생인 킴이 사건 때문에 얽혔고 그로 인해 친구가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전작의 사건을 말하고 있다. 나처럼 전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사건을 알고 있어 이후에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이해를 했을 것이고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사건이 대체 무엇이었나 하고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방법을 탈피했다. 등장인물 중 피아의 전남편이자 법의학연구소장인 헤닝을 범죄소설가로 데뷔시킨 것이다. 그가 쓴 첫번째 작품 제목이 놀랍다. 바로 이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작품인 [사랑받지 못한 여자]와 동일하다. 제목만 그대로가 아니다. 소설 속 사건과 등장인물도 이름만 바꿨을 뿐 넬레의 작품을 그래도 가져다 썼다. 헤닝이 즉 넬레인 것이다. 피아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은 자신이 다른 이름으로 소설에 나오는 걸 재미나 한다. 자신이 조금은 좋은 모습으로 소설 속에 나오길 바라기도 한다. 흥미로운 일이다. 

소설을 통해 불멸의 인물이 된다는 건 저희에게 큰 영광이지요.

293p

헤닝이 소설을 쓰고 책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출판사와 연결된다. 출판사가 배경이 되면서 에이전트와 편집자가 등장하고 사건의 피해자와 용의자 및 관련인물이 된다. 그 과정이 놀랍도록 자연스러워서 또 한번 감탄을 한다. 더구나 작가는 자신의 작품 뿐 아니라 다른 독일 작가의 작품을 대놓고 알려주기도 한다. 카르스텐 두세의 [명상 살인]이다. 넬레는 이 작가의 이름을 딱 두 글자만 바꿨다. 토르스텐 부세라니. 요런 센스쟁이 작가라닛. 독특한 범죄 소설이어서 나 또한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였는데 편집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그 책이 언급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해서 어? 나 이 책 아는데. 하면서 아는 체를 하게 된다. 

헤닝의 책이 나온 빈터샤이트 출판사의 대표적인 편집자인 하이베 베르시가 죽었다. 헤닝의 부탁을 받고 그녀의 집으로 갔던 피아는 깨끗이 치워졌으나 피가 사방에 퍼진 걸 검사하고 그녀의 실종을 확인한다. 숲에서 발견된 그녀의 시신. 누가 그녀를 죽이고 시체를 유기한 것일까. 한 건의 살인은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진다. 베르시 살인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 죽은 것이다. 과연 이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예요'라는 말이 신뢰와 정직의 보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이 가장 심한 상처를 주는 일은 무척 흔했고, 실망한 기대 심리가 법의학연구소 지하실 냉장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64p

[영원한 우정으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오래된 친구들이 주축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연결된다. 사실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우정와 살인 그리고 죽음이 소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너무 친한 친구들]은 제목에서부터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이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의 사건과 지금의 사건이 맞물린 그런 맥락 말이다. 촘촘히 구성된 이야기는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2권으로 이어진다. 결말이 궁금해진다.

13년 동안 함께 일해온 피아와 상관은 오랜 부부 같았다. 둘은 서로를 잘 알았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았다. 직업상으로는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했지만 넘지 않는 경계선, 넘더라도 아주 조심스럽게 넘는 경계선이 여전히 존재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건강과 사생활이 그랬다.

275p

그나저나 보덴슈타인의 가정사는 잠잠할 날이 없네 그려. 피아라도 산더랑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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