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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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뭇가지 끝을 울게 하고 앞머리로 불어오지 않는다. 앞머리를 지나 나뭇가지 끝을 울게 한다.

207p

솔직히 제목만 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밑에 작게 쓰여져 있는 영어로 된 제목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The Wind Blowing Through Our Sorrow. 우리의 슬픔을 통과하는 바람이라니. 이 시적인 표현은 본문 속에서 언급된다. 단가 중 한 소절이었던 이 구절. 이 구절 덕분일까 이 이야기는 표지와 더불어 약간은 로맨틱한 면을 보여주는 소설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장르소설임에 틀림없다.

조각을 아무리 맞춰도 완성되지 않는 직소퍼즐 같다.

조각이 늘면 늘수록 완성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121p

이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구절이지 않을까. 어느 정도 읽어가면 이야기의 흐름이 인식되고 범인의 윤곽이 대충은 드러나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보이지 않았다. 네 귀퉁이는 맞춰놓은 것 같은데 왜 나머지 조각들이 맞춰지지 않는 것일까. 어디에 들어가는 게 맞는 걸까. 이리저리 돌리고 맞춰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 아니 맞는가 싶어서 밀어 넣으면 아니다 하면서 삐걱거리는 그런 조각이랄까.

선배를 도와 탐정사무소에 다녔던 유키는 이모로 부터 부탁을 받는다. 목을 졸려 죽은 이모부 그리고 양자 시후미. 그렇다. 이모는 양아들인 시후미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모의 의심대로 진짜 이모부를 죽인 건 시후미일까. 

입술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며 소리도 없이...... 웃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47p

장르소설에서 너무 잘 드러나는 인물은 범인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러니 당연히 시후미는 범인이 아니다 라는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데 의심이 간다. 저 문장을 읽는 순간 그랬다. 냉정할 정도로 차가운 아이가 저런 웃음을 지을 때는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니 유키가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유키라도 저런 미소를 보는 순간 섬짓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시후미를 그렇게 만든 건 주변의 어른들이다.

75p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 이름과 성으로 각기 불리는 등장인물들, 성이 달라지는 인물들,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로 인해서 정신 없게 흘러간다. 등장인물들을 적어 놓고 관계를 화살표로 그려가며 읽는다면 오히려 덜 헷갈렸을 것이다. 죽 한꺼번에 읽었따면 덜 헷갈렸을 수도 있다. 결론은 사랑이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는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표지와 제목은 이 장르소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쿵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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