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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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형사다.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다. 18년 만에 돌아간다. 자신이 자랐던 섬이다. 그 시간 동안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사고로 부모를 잃은 그는 이모에게서 길러졌다. 고아라고 놀림을 받는 것도 다반사였지만 친구인 아슈타르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천식으로 늘 흡입기를 가지고 다니던 그는 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한 건의 사건. 그리고 비슷한 수법의 또 다른 사건.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사건이 발생한다면 형사들은 혹시 그게 동일범에 의해서 일어난 것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한다. 모방범이라 해도 문제도 진범이라 해도 문제다. 공조는 필수다. 섬으로 돌아간 핀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타이어는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에인절과 머도가 앞쪽에서 벗어나자 타이어는 어떻게든 자신을 멈추려고 안간힘을 쓰던 도널드의 손길을 뿌리쳤다.

97p

핀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다른 이웃마을을 견제하며 그들의 타이어를 훔쳐 오는 장면에서는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어린 그들이었다. 그렇게 큰 타이어를 굴려서 가지고 오면 된다는 생각만 했지 내리막길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 지까지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틀림없다. 기를 쓰면서 못 굴러가게 아니 천천히 굴러가게 막는 아이들과 뒤에서 그것을 잡는 아이들. 조마조마함이 넘쳐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누구 하나라도 거기 깔렸다가는 허리가 나가던가 죽을 수도 있다. 


강력한 서풍에 좇기는 낮은 구름이 섬을 가로지르며 언덕 꼭대기를 면도하듯 스쳐 지나갔다.

366p

회상 장면이 의외의 즐거움을 주었다면 시체를 묘사하는 장면들은 이런 맛에 장르 소설을 읽는 것이지 하는 느낌을 가져다 주며 멀리 떨어진 섬으로 새를 잡으러 떠난 사람들을 따라 폭풍우를 헤치고 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모험 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거기에 날씨를 묘사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또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문학적인 면을 첨가했다. 이토록 다양한 즐거움의 향연이라니. 

섬으로의 귀환은 아무 소득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과거의 유령들과 고통스럽게 만났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373p

후반부 들어가면서 범인이라던가 사건의 윤곽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이 된 것인지 말이다. 이 사건은 분명 오래 전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이 포함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났던 주인공이 사건을 찾아 돌아간다는 설정이나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고 수십 년 후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던가 하는 식의 설정은 익숙하다. 그 익숙한 패턴이 주는 느낌이 낯설지 않아서 좋다. 

스코틀랜드 작가가 스코틀랜드 루이스 섬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게일어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어식으로 읽는 방법이 다른 그런 언어다. M으로 시작하는 성이 많은 그런 동네다. 어느 정도는 폐쇄적인 그런 곳이다. 그런 낯섦이 주는 매력이 앞서 말한 낯익음과 잘 어우러져서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그 조화로움이 주는 스릴이 아주 맛깔나다. 표지에 적힌 호러 스릴러에 겁먹지 말라. 이 이야기는 정통 스릴러에 더 가까우니 말이다. 스코틀랜드 스릴러 소설의 정점이다. 인정한다.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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