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사라지던 밤 2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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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에서 연예나 스포츠 기사의 댓글은 막혀 있다. 무분별한 유저들의 악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댓글들이 달려있어 가끔 보는데 특히 사건들의 판결이 떨어지고 난 이후 댓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판결이 약하다는 평들이 많다. 우리는 왜 이리도 성범죄에 관대함을 베푸는 것일까. 판사들은 왜 강하게 적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관계자들이 짜고 치는 것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고 그럴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양형에는 언제나 답답함이 솟는다.

우리 사법은 죽었다. 피해자를 안아주고 있다고 시늉만 할 뿐이지.

221p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조두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 아이를 성폭행 했던 그는 기껏 몇년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지금은 자신의 집에 아주 안락하게 틀어박혀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전자발찌를 차고 있겠지만 뭐 그게 그렇게 크게 그를 강제로 제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화학적 거세를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일반 시민과 다름 없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의 속모습도 겉모습과 같길 간절히 바란다.

그의 범죄는 한 아이를 변화시켰다. 겉모습 뿐 아니라 속모습도 말이다. 그런 트라우마는 평생 한번도 겪지 않는 게 좋으련만 그 아이는 여러모로 시달렸을 것이다. 외상은 시간이 지나서 치료되었을지 몰라도 내상은 어쩌겠는가. 하긴 외상도 몇번의 수술을 겪어야 했고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없을 지경에 놓이기도 했었다. 그런 반면 범죄자는 너무 멀쩡한 몸땡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또 너무 열받는다.

누군가는 그럴수도 있다. 범죄자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저들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범죄도 범죄 나름이다.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에 놓여서 살아갈 수가 없어서 그래서 할 수 없이 저질러진 그런 범죄라면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같은 사람인데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성범죄는 다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성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죄자일 뿐만 아니라 환자, 병에 걸린 병자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당연히 치료를 먼저 받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치료가 되지 않았기에 그들이 범죄를 양산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인간이 인간을 이용해서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그런 향락적이고 쾌락적인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다. 더더군다나 그 대상이 미성년이라면 더하다.

태석은 온갖 압박 가운데서도 사건을 해결한다. 아니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딸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눈이 돌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라도 그렇게 않겠는가. 형사라고 해서 덤덤할 수는 없다.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시간적인 압박이 더해지면서 더욱 조여간다. 바이스를 틀어잡고 사정없이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조여들수록 어딘가에서는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불툭불툭 튀어나온 그것들이 터져 버리기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나비사냥 시즌3이라고 한다. 전작인 [나비사냥]과 [시그니처] 모두 읽어보려고 생각만 했을뿐 읽어보지 못했다. 읽어야겠다. 이렇게 미치도록 잘 읽히는 작품인줄 알았다면 진작 읽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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