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검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진저리가 난 야들리는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고 한다. 조금은 덜 피 튀기고 조금은 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진 것이다. 일도 그만두고 이사도 갈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하나둘씩 자신의 신변을 정리한다. 하지만 사건이 터져버린다.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두 건의 사건. 사건 파일을 보던 그녀는 당장 일어나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림과 너무나도 닮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림은 네 편이 연작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다. 이 사건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녀는 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검사인 야들리를 비롯해서 변호사와 판사 그리고 형사와 경찰, 기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을 한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도 등장을 하며 오래 전 사건까지 언급된다. 다양한 직군의 인물들이 많아질수록 흥미는 동한다. 일반적인듯 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사실 이야기 중반 들어서 모든 증거가 단 한 사람을 가리킬 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짜맞추어진 증거는 증거가 될 수 없지 않은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범행을 저지르고 그 모든 증거를 자신의 집에 그대로 가지고 있는단 말인가. 그래서 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조작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경찰들이나 관계자들은 다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듯이 몰아붙이고 있다. 자신들은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경우에 일본에서 말하는 원죄사건이 생기기 쉽다. 이런 원죄 사건은 동서양을 고하 간에 어디서나 일어나는 법인가. 괜히 말려든 사람만 인생을 망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런 장르를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범인을 짐작할 수 있다. 맞다. 생각하는 사람, 바 로 그 사람이 범인이다. 하지만 왜? 라는 궁금증이 남는다. 이 묵직한 이야기는 그 왜?라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빠르게 달려나간다. 전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야들리의 딸 타라는 이번에도 역시나 그 자리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렇다고 완전 중심부가 아닌 여기저기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밝히고 있다. 이제 야들리 검사는 검사직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맡을 것이다. 전편과 달리 이 책을 보고 나니 이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그녀가 다른 곳에서 어떤 사건을 맡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