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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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어야 했다. 캐트린 댄스. 그녀를 말이다. 시작하자마자 허술한 면을 보이더니 그 일로 인해서 총도 휴대하지 못하고 사건에서도 제외되었다. 의심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계속 실수를 할 때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도 훨씬 늦었다. 나는 왜 그녀를 믿지 않았던가. 아니 왜 나는 그녀는 의심해 보지 않았던가.

그는 관객들이 알아서 죽어주기를 바랐던 거예요. 사람의 지각과 느낌과 혼돈을 가지고 논 것이죠. 사람들이 뭘 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뭘 믿는지가 중요하죠. 바로 그게 그의 무기예요. 공포.

271p

당신은 얼마나 잘 속는가. 남이 뭐라 하던지 간에 내가 본 것만 믿고 내가 직접 들은 것만 믿는가? 그렇지 않으면 남이 말하는 것에 따라 좌지우지되며 부화뇌동하는가. 작년인가 유행을 했던 문자사기. 엄마 나 핸드폰 나갔으니까 돈 보내달라는 문자. 내가 수업을 간 사이 그 문자에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하시고 카드 앞 뒤 사진 주민등록증까지 앞뒤로 열심히 찍어서 보낸 엄마는 수십만원의 돈을 잃었다. 수백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식의 수법은 이제 전국민이 모두 알고 있어서 잘 속지도 않는다. 인간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캐트린 댄스 형사는 저런 형태의 문자를 보고 무어라 할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미끼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발전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전화해서 아내나 가족을 사칭하며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단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뉴스 클립을 보았다.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하려고 하나 평안을 찾으려고 하나 갑작스런 사고 소식이나 사건 소식에는 당황을 한다. 그렇게 평정심을 잃어버리고 허둥지둥 하다가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당신은 가짜 뉴스를 얼마나 잘 감별해 낼 수 있는가.

회사의 이름은 고도쿠 오가와입니다. 일본어로 '고독한 강'이라는 뜻이죠.

534p

fake news를 감별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중학교 영어교과서가 있다. 문어가 나무 위로 올라간다는 기상천외할 일이 있어도 그것을 증명하는 사진 몇 장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 같은 인터넷 사이트만으로 사람들은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기사화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던가. 그런 말도 안되는 사실은 왜 그리도 빨리 전파되는 걸까. 아니 그보다 그 이전에도 같은 수법의 범죄가 저질러진 적이 있는데 이런 사례는 왜 되풀이되는 것인가. 강한 처벌을 하지 않아서라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평온한 환경을 유지하던 공간이 절망과 비판,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적당한 시발점 그리고 그것이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 그 두가지만 있다면 그 어디라도 사람들이 모인 공간은 저주에 걸린 경악을 금치 못할 그런 공간으로 바뀌고 만다. 단지 어쩔 수 없는 사건이라 해도 끔직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조작이라면 그것은 범죄다.


[잠자는 인형]과 [도로변 십자가] 그리고 [XO]까지 캐트린 댄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전작들이 있다.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캐트린 댄스는 이제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사건을 맡아서 활약하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끔찍한 어디선가 이런 범죄가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성에 더욱 몸을 사리게 되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이 이야기가 읽는 내내 전율을 가져다 준다.


속.지.마.라.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 뉴스는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당신을 노리는 누군가가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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