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가 열두 편.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남겨 놓은 감동은 길다. 그리고 깊다. 도쿄와 시드니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각각 여섯 편. 모두 열두 편의 주인공들은 다 다르지만 어딘가에서는 겹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모두 이 마블 카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 인물들이 점점 가지를 뻗치고 있는 형상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제주도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바뀌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뒤로 빠지는 그런 기법과 동일하다.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살아 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156p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살아 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156p
마블 카페에는 목요일마다 와서 코코아를 시키는 손님이 있다. 이곳의 점장인 그는 그 손님을 코코아 씨라고 부르며 마음 속으로 조금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카페의 손님이었던 코코아를 주문한 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그 단골의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다 보니 다음 편에는 어떤 사람이 이어질까 하고 궁금증을 가지게도 된다. 내가 예상한 사람이 맞으면 그럼 그렇지 라고 기쁜 마음이 드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면 이 사람은 누구지 하면서 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가 도쿄와 시드니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시드니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걸가 궁금했는데 유치원에서 일을 하는 그녀가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호주로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질 때부터 요기서 연결되나 아니면 조기서 연결되나 하면서 조금씩 기대감을 가진다.
그만두자, 유치원.가볼까, 호주. 50p
그만두자, 유치원.
가볼까, 호주.
50p
이 이야기에는 전부 마스터라는 사람이 조금씩 관여되어 있다. 하지만 그 마스터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이 사람은 누굴까. 특이한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절대 잊어버릴 것 같지 않은 그런 모습의 소유자인 그는 카페를 만들어 놓고도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점장에게 맡겨버릴 만큼 대범하기도 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 예술작품이나 책을 보는 안목도 있다. 다재다능하지만 결코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월요일의 말차가게]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요일별로 다 다른 맛의 음료를 즐겨보고 싶어진다. 그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도 마스터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으면 어쩌지?
게다가 초록색만이라고 하지만, 이 초록색 속에는 여러가지 색이 들어 있어. 내게는 전부 다른 색으로 보여. 하나같이 멋져. 기쁜 일도 즐거운 일도 외로운 일도 화나는 일도 사람도 열정도. 전해져 많이, 많이 그려주었으면 좋겠어. 115p
게다가 초록색만이라고 하지만, 이 초록색 속에는 여러가지 색이 들어 있어. 내게는 전부 다른 색으로 보여. 하나같이 멋져. 기쁜 일도 즐거운 일도 외로운 일도 화나는 일도 사람도 열정도. 전해져 많이, 많이 그려주었으면 좋겠어.
1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