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인생영화를 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죽은 시인의 사회>와 <시네마 천국>을 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장면 중에는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서서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감동이 밀려오는 장면이 이 책에 존재한다. 마지막 장면이다. 다이라 선생님과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서 흉부외과에 오겠다고 하는 인턴들. 그 마음이 전해져서 찡해진다. 아마도 띠지에 적힌 '마지막 1페이지에 눈물짓게 될 것이다'라는 카피는 이 장면을 위해서 쓰여진 듯 하다.

다이라 선생님이라면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겁니다!

335p

솔직히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기는 했지만 나를 울린 것은 그 장면에 아닌 훨씬 이전이었다. 우사미의 이야기를 그린 에피소드. 나도 그녀와 같은 경험이 있기에 더욱 동화되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휘둘려서는 의사가 되지 못한다. 유스케 같은 좋은 선생이 있었기에 그녀는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친구 참 멋지다.

기실 알고 보면 유스케는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은 정말 판타지스러울 정도로 완벽하지만 유스케는 그와는 조금 다르다고 말한다. 집에도 잘 못 들어가는 등 가정적이지도 못하고 수술을 완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것을 백업할 능력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가 주치의인 환자는 참 좋을 것이다. 의사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거나 권력투쟁의 도구로 환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할테니 말이다.

나는 흉부외과와 순환기내과가 협력해 서로 보완하면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팀 의료라고 생각하고. 서로 적대시한다면 환자가 불이익을 당할테니까.

78p

인턴 셋을 흉부외과에 입국시키라는 미션을 받은 유스케. 이 일을 완수를 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다. 흉부외과는 힘들기로 소문난 과다. 인턴들이 꺼리는 과라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인턴들을 입국시킬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기필코 해야만 한다. 그런 그에게 또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그것은 바로 괴문서의 범인을 찾는 것이다. 이 또한 자신이 가고픈 병원과 연관되어 있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는 무사히 미션을 완료하고 자신이 원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을까.

작가 치넨 미키토는 현재 의사다. 그래서인지 전문적인 느낌이 확 다가온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니 알았다.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의 책을 읽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었다. 가이도 다케루 이후로 꽤 괞찮은 의사 작가를 발견했다. 의학 미스터리가 살짝 섞인 감동의 힐링 이야기는 늘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 아껴두고 살살 녹여 먹는 아이스크림 맛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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