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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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사와자키. 의뢰 요청인줄 알고 집을 찾았건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대다. 가방을 던지고는 가져가고 아이를 돌려달라는 한 남자. 아무 것도 모르는 사와자키는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다. 그것도 잠시 바로 출동한 형사들은 그를 양 옆에서 붙들고 체포하기에 이른다. 유괴 공범이라는 죄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 것은 한 명으로도

이미 너무 많다.

275p

바이올린을 켜는 영재 사야카가 유괴되었다. 범인은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와타나베 사무실에 있는 남자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사와자키가 말려든 것이다. 지금의 탐정 사무실에는 자신밖에 없으므로 말이다. 그 이후로 돈가방을 든 그는 납치범의 요구에 따라서 시간 맞춰 도착해서 전화를 받고 다시 이동을 하고 앞의 동작을 반복하는데 아뿔사 그를 방해하는 인물이 나타나고 만다. 그는 제 시간에 도착해서 무사히 돈을 넘겨줄 수 있을까.

사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같은 템포로 끌고 나가면 그 현장 속에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허둥거리고 분주할지 몰라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깥에서 보는 입장인 경우에는 살짝 지루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거기다가 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반복되면 더욱 그러해진다. 하드보일드의 딱딱함은 그런 전개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하라 료는 그런 딱딱함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질긴 마른 오징어를 계속 씹어대서 턱이 얼얼해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마요네즈를 발라서 말캉하게 만들 줄 안다는 소리다. 그것이 하드 보일드를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형사들과는 다르게 독자노선을 구상하는 사와자키. 그런 그의 행동은 형사들에게는 분명히 눈에 가시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가시를 아예 빼버릴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가시가 아니라 안경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가시는 빼버리면 되지만 안경을 빼버리면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와자키는 착실히 자신만의 행보를 걸어간다.

반전에 다시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부는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꼭 숨겨 놓았지만 종내는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흙 속에 묻힌 그런 보물. 그 보물이 드러난 순간 그 반짝거림에 눈이 부실 것이다. 그 존재감에 분명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개정판에는 <감시당하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특별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 짧다. 그래도 사와자키의 매력은 유감없이 드러나고 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단편이다. 한 여자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그는 그녀를 미행한다. 그녀의 주변 이웃을 조사한다. 그러던 그에게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가 미행을 할 때 어느 틈엔가 끼어들어 같이 미행 선 상에 있었던 남자다. 그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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