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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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으면 나는 네! 라고 바로 즉각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리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단칼에 아니오! 라고 대답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상실의 시대]라던가 [잡문집]이라던가 [시드니]를 비롯해서 그의 많은 책을 읽어왔고 그 책들은 또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그렇게 외면했던가.


이 책은 얇다. 마음만 먹으면 한 두 시간 내에 금방 다 읽어버린다. 거기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그냥 누군가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하고 얘기해주는 그런 식으로 읽다보면 어느새인가 끝나있다. 기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다.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맞다. 딱 사전적 의미 그대로다. 이 책은 무라마키 하루키의 어디선가 들어보았음직한 이상야릇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그런 이야기가 <우연 여행자>다. 내가 누군가를 생각했는데 마침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던가 내가 듣고 싶던 노래가 버스 라디오에서 나온다던가 하는 그런 식. 바로 마침 그때 딱 이런 식의 우연인 거 말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다들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하나레이 해변>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기담이라기 보다는 괴담에 가깝기도 하다. 유령이라는 실체가 등장을 한다는 면에서는그러하지만 또 그 이면에는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하다. 상어의 공격으로 서핑하던 중 죽음을 맞이한 아들. 엄마는 아들을 데리러 하와이로 향한다.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아들이 그렇게라도 엄마의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라는 다소 긴 제목은 남편의 실종이 주 소재다.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 엄마에게 갔다가 집에 온다고 연락이 온 남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엄마의 집과 자신의 집과는 고장 몇 층 차이인데 그 동안에 남편은 어디로 간 것일까. 단편이라 그런지 끝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던 그런 이야기. 다음 제목도 역시나 길다.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여기에서는 돌이 나온다. 콩팥 모양을 닮은 돌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니 실제로 별별 모양의 돌들을 모으는 사람이 있었던 기억이 났고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돌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이야기는 <시나가와 원숭이>다. 원숭이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그런 그야말로 기담. 짧은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긴 이야기는 부담스럽다거나 하루키는 난해해서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그의 손에 쥐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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