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에서도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아니 책이라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를 알게 되는 첫 번째 작품 그 작품에 따라서 그 작가의 책을 계속 읽을 팬이 될지 아니면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그런 작가가 될지 결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든 단칼에 끊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면 나는 조금은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며 거기다 묘한 판타지스러움으로 인해서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으니 말이다. 이 작가 독특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고 나서 그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였을까 [펭귄 하이웨이]도 읽었고 [야행]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랬으니 이 작풍이 익숙하다 싶었으면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이 또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십 대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나는 언제나 강조한다. 연애든 공부든 일이든 뭐 하나는 진짜 미친듯이 해보라고 말이다. 그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세상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앞날을 고민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절대 어느 하나에 미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3학년까지 연애도 공부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 주인공은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으니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가 하는 뭐 그런 거 말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돌릴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고 다시 살아볼 수도 없으니 약간의 후회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자신이 다른 삶을 선택하면 어떻게 되었다는 형식의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나오고 같은 삶을 다시 살아보는 그런 내용의 영화들도 있다. 여기 이 이야기도 그러하다. 자신이 만약 그때 그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인생이 달라졌을까.



했을 리가 있습니까, 이런 얼간이 같은 짓. 기시감이에요, 기시감. 214p


그들은 본문 속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고 하는 등 자기 자신도 이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한 암시를 남겨 놓고 있다. 어떤 상황을 거쳐서 반복되어도 같은 상황이 되는 일은 항상 생겨나고 그때마다 내뱉는 대사도 동일하다. 아까 이 문장을 읽었는데 하는 기시감은 나만 가지는 것은 아니리라. 거기다 이 작가 특유의 표현들이나 의태어들이 쓰임으로 인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맛은 무류하다.(167p)거나 하는 표현들은 자주 쓰이는 표현들이 아니라서 낯설다. 번역자의 말에 의하면 일부러 작가가 그렇게 쓴 것이라며 정 궁금하면 찾아보라고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 단어들이 낯설기도 하지만 무냐무냐, 뽀롱뽀롱, 홍야홍야, 후냐후냐하는 표현들은 말이 재미나서 반복해서 따라 읽어보게 된다. 이 표현을 어디선가 써먹을 곳이 없나 생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운명의 검은 실로 맺어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49p


어떤 인생을 선택해도 오즈라는 친구는 따라 붙는다. 정말 그들에게는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참. 어떤 인생을 선택해도 오즈가 다리가 부러지는 설정도 동일히다. 세팅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일도 있는 법이다. 이런 판타지스러움은 마지막 장에 들어가서 폭발해버리고 만다. 어디를 가도 계속 나오는 다다미라니. 이러니 세계일주라는 말이 나오는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방이 존재한다면 나 또한 그를 쫓아다니면서 돈을 벌고 싶어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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