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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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 핸드폰도 가져가지 않고. 잠적. 말 그대로 잠적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돌아올 때까지 그냥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의 친구들이나 다른 친척들 아는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델라니 가족이 지금 그 상황에 놓여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망설여진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나갔을 때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싸움을 했다는데 자칫하면 아빠가 용의자로 몰릴 수도 있다. 무엇에 관한? 엄마의 실종에 관한.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그리고 현실에서나 누군가 사라졌을 때 가장 의심을 받는 것은 배우자이지 않던가. 혹시라도 그럴 경우가 있을까봐 델라니 집의 사남매는 일단은 기다려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무언가를 지독하게 원하고, 그걸 가지려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놓았는데도, 결국 갖지 못한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304p


이 사건을 맡은 경찰인 크리스티나가 보는 사 남매의 성격은 에이미는 소소한 죄를 짓는 겁쟁이며 로건은 경험 많은 차분한 남자이다. 그리고 트로이는 약삭빠른 판매원이며 마지막으로 막내인 브룩은 스파이처럼 신중하다. 각기 다른 성격의 이 네 명은 엄마의 종적을 감춘 사건을 두고 저마다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작년의 그 여자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는 작년과 현재가 교차 반복되어 진행된다. 조이와 스탠. 사 남매가 독립해서 집을 떠난 뒤 집에 남은 나이든 노부부. 그들에게 사반나라는 여자가 찾아온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남자친구와 싸우고 택시를 탔다가 무작정 내려서 이 집을 찾아왔다는 그녀. 그런 그녀를 조이는 내보내지 않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재워준다. 하룻밤이면 그러려니 한다. 그 이후로 그 여자 사반나는 조이의 집에 눌러 앉았다. 갈 곳이 없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조이가 그러라고 하기도 해서다. 사반나는 자신이 집의 주인인 것처럼 음식을 해서 조이를 대접한다. 나이 들어도 매번 끼니를 차려야 했던 그녀는 단순히 부엌을 벗어난 것만 해도 기쁜 일로 여기고 자신에게 또 다른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기뻐한다. 아마도 그녀는 빈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아직도 자신의 손이 필요한 것처럼 귀찮아도 그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너희 아빠랑 내가 너희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거야.? 우리가 좋은 결혼 생활을 못 해서? 298p


사 남매중 하나는 결혼을 했지만 별거 중이고 하나는 연인이 떠나갔으며 나머지 둘은 아예 결혼할 생각도 없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이 못마땅 하다. 그러면서 폭발한다. 자신이 본이 되어주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서양의 부모들은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우리네 부모들보다는 쿨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이를 낳아도 그만 안 낳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가 보다. 부모는 어디에 있던지 다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되나보다.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마라. 아무것도 믿지 마라. 모든 것을 점검하라. 94p


리안 모리아티의 책을 많이 읽어왔다. 번역된 책은 거의 다 보지 않았을까. 이런 책의 특성상 번역된 글이 아무리 잘 읽힌다 하더라도 원서를 읽는 것보다는 이해함의 폭이 좁아진다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글로서는 이해를 하지만 그네들의 삶이라던가 생활환경, 관습 등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문화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그러하다. 이야기에는 반전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반전이 헉 하도록 놀라는 것이 아닌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이런 식이라서 조금은 뜬금없다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다가 정황증거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점검하라는 기본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고는 정작 자신을 그렇게 하지 못한 크리스티나도 조금은 약점이 드러나 보인다. 인간적이라서 좋다고 해야 할까. 리안 모리아티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혹할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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