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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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비아를 출발해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사르담호. 여기에는 죄수 신분으로 갇힌 새미가 있고 그의 동료이자 그를 돌봐줄 아렌트가 같이 승선한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신사 17인회에 합류하기 위해서 타고 있는 실질적인 주인인 총독 얀 하안과 아내 사라, 딸 리아와 총독의 또 다른 여자 크리지와 아들이 타고 있다. 그저 평범하게만 보였던 이 승선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누군가는 경고를 했고 떠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바타비아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총독은 그럴 수 없었다. 항해는 강행했다. 그리고 밤, 그들은 여덟 번째 불빛을 발견한다. 사르담호와 같이 항해에 나선 일곱 척의 배를 제외한 나머지 한 개의 불빛. 절대 나올 수 없는 여덟 번째의 불빛.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들은 정말 악마의 유혹에 빠지고 말았던가.


어릴 적, 리아는 미궁 속에 갇힌 다이달로스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다이달로스를 감시하는 괴물 미노타우로스였다. 133p


작가의 전작을 읽었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이었다. 상당한 두께의 책이었다. 상황이 다시 반복되면서 조금씩 바귀어 가는 설정의 이야기였는데 슥슥 잘 읽힌다는 가독성 보다는 조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약간의 어려움은 존재했던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서 궁금했다.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로 사람을 어렵게 만들까.전작과 달리 설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항해하는 배 안. 오히려 갇혀진 환경으로 인해서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탐정 역할을 해야 하는 새미는 갇혔으며 그를 구해내려는 아렌트의 노력이 주로 이루어진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불빛으로 인해서 혼동이 오는 사람들과 그럴 때마다 벌어지는 사건들. 마지막까지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던 사람들은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서야 잘 짜여진 각본대로 범인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이 역시도 전작과 다름없이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데 그에게 비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조금은 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런 식의 접근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올드 톰이 이 배를 지배하려 하고 있어요. 279p


배는 올드 톰이라는 악마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점점 호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등장하는 문둥병자. 그는 분명 처음 시작하자마자 죽었고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라는 그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러다 총독이 오래전 올드 톰을 풀어준 사실을 인정한다. 이제 이 배는 올드 톰의 저주 아래 놓이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다시피 어떻게 보면 항해 소설이나 여행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역사 소설같기도 한 이야기지만 절대적으로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 띠지에 언급되어 있다시피 고딕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확한 표현일수도 있다. 장르가 어떠하던지 간에 이런 무게감의 소설은 읽어가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들이 가득 찬 사르담호. 그 배의 무게감만큼이나 이야기는 무겁고 심오하며 바닷속 깊이 가라앉는 느낌을 준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 그 모두가 용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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