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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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반쯤 열어두면 속삼임이 들려온대요." 77p


부모님이 일이 생겨서 혼자 있어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안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나간 사이에 혹시라도 누가 들어와서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베란다의 뒷문까지 드레스룸의 옷 사이사이까지 한 번씩 다 뒤적거려 보고서야 마음을 놓는다. 그래야 혹시 어디서 부시럭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간을 졸이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되니 말이다. 사실 집이라는 곳은 아무도 없어도 어디선가는 무슨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잘못 올려둔 그릇이 내려 앉을 수도 있고 공기의 흐름으로 종이가 부스럭거릴수도 있고. 평상시 같으면 별 거 아닐 소리들이 혼자 있거나 깜깜한 밤이 되면 더 잘 들린다. 괜한 공포감을 스스로 조성하는 것이다.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면 위스퍼 맨이 널 잡으러 오지." 138p


제이크

나만의 친구를 가진 꼬마다. 새로운 학교에서는 첫날부터 잘못된 행동을 해서 초록불은 노란불로 올라가 버렸고 친구를 때려서 빨간불로 올라갔다. 그 결과 교장선생님을 면담하게 되었다. 엄마는 돌아가셨다. 죽은 엄마를 목격한 최초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을까. 그때의 영향으로 아이는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생긴 걸까.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이야기를 하지만 남들 눈에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이상한 아이로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이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 원인일까. 


제이크의 아빠. 작가다. 갑자기 아내를 잃었고 그 집을 떠나서 아들과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은 별로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아들이 골랐다. 보자마자 이 집이라고 강하게 주장을 했다. 아들은 혼잣말을 한다. 때로는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른 남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쯤 되면 자아분열이 아닌지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도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아들을 새로운 학교에 보내 놓고 처음 만난 아이의 엄마와 친구가 된다. 아니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외로웠던 것일까.


피트

경찰. 알콜중독으로 시달린 적이 있어서일까 술에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술을 앞에 두고 마실까 말까를 숱하게 고민하다 마시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칭찬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이십 년 동안 사라진 한 아이의 행방을 찾아 헤맨다. 아이가 사라졌지만 자신이 찾지 못했고 그렇게 흘려 버린 시간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이라도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어맨다

경찰. 사라진 아이를 찾아서 수사를 맡았다. 애초에 아이를 혼자 집으로 보내지 않았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아이는 이혼 가정의 아이였고 어느 쪽도 제대로 된 부모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아이가 없을 때가 더 편하다는 사람이었기에 할 말이 없다. 아이는 실종 직후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다.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본문에서는 주변 인물로 여겨지듯이 나오지만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다음 작품은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니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한국 소설 [기억의 저편]이나 [구원의 날]에서도 나오듯이 아이의 실종은 한 가족을 무너뜨리며 나아가서는 한 마을을 무너뜨리게도 한다. 스릴러이면서도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의 묘사는 배제한 채 제이크와 톰 부자간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오히려 제이크가 말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 언급함으로 스릴러이되 호러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인물의 정체를 알고 나면 감동으로 연결되어 버린다. 그런 연관성을 곳곳에 배치해 놓아서 그 연결점이 드러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이후에는 어떤 연결점이 있을지 미리 짐작도 해보게 된다. 유려한 문체가 이 이야기의 심각성을 더욱 강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위스퍼 맨은 누구일까. 지금 당신의 주위에 위스퍼맨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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