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내려온 전화 부크크오리지널 2
글지마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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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소개를 읽고 나서 나는 제일 먼저 한 권의 책을 생각했다. [츠나구]같은 책일까? 딱 한 권의 책만 읽고 그 작가의 팬이 되어 버렸을 정도로 강한 영감을 주었던 책 츠나구.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을 졸이며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행복했더랬다. 눈물을 흘렸더랬다. 그래서 그런 걸 기대했더랬다. 조금은 기대가 컸을까.


항상 새로운 책을 읽을 때면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바라는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기대를 하게 된다. 번번이 기대를 가지면 실망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기가 막히는 설정이었지만 그 대상자들이 주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승차사의 역할을 맡은 한봄이라는 사람에 관해서 더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이 일을 맡게 되었는지 그녀가 어떻게 이 마을에 들어왔는지 어떤 다른 사람하고도 연관성을 두지 않던 그녀가 어떻게 사람 사이에 관계라는 것을 맺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그녀가 얻게 되는 불이익은 어떤 것인지 하나부터 끝까지 한봄의 이야기다.내 기대는 어긋났다.



그리움의 무게는 죽음의 무게보다 가벼웠다. 265p


보름날이면 죽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니,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아니다. 그 대가는 비싸기 때문이다. 단 18분의 통화 가능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에 해당하는 가격은 60만 원이 넘는다.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는데 그쯤이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결코 만만히 보아 넘길 그런 금액은 아니다. 여기서 영화 <사랑과 영혼>이 생각났다. 죽은 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잇다는 영매와 만나는 사람들. 그들은 죽은 사람이 숨겨 놓은 돈의 행방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죽은 이들이 정말 자신을 사랑했는지 확인을 해보기도 했었다.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왜 만나고 싶어하는 걸까. 정작 그들과 전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그저 그립노라고 그저 보고싶노라고 그런 말을 통화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그믐날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저승에 있고 조건이 맞춰진다면 죽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자살보다는 오히려 타살에 가까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덜 부담스러운 것일까. 그렇다고 신청한다고 모두가 다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름과 그믐이 교차되어 간다.


오늘은 보름날이다. 달에서 전화가 내려올 시간이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또 그리워 할 것이다. 나 또한 이제는 내가 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떠나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그리워한다. 만약 나에게 18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누구와의 통화를 선택할 것인가. 그 대가로 단지 돈만 필요하다면 모르겠지만 또 다른 것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 전화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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