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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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장장 게이고가 드디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인가. 초기작들이 개정되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신간 소식은 더욱 반갑다. 그것이 오랜만에 나오는 유가와 교수 시리즈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똑똑한 탐정이 자신만 아는 이유와 방법으로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보다는 과학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다고 이해하게 된다. 유가와 교수 시리즈는 그러한 증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것은 전기 공학을 공부한 작가의 전공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검증도 없이 그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감각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의욕 없는 게으름뱅이나 하는 짓이에요. (231p)


꽤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절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총 일곱 개의 각각 다른 사건이 나오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 별로 끊어 읽으면 그만이다. 보통 이야기가 꽤 길게 이어지는 장편의 경우에 잘못 끊어 읽으면 앞에 이야기를 다시 찾아서 이해를 하고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그린 현혹하다와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는 건가 하고 깜빡 속을뻔한 투시하다, 남들에게는 안 들리는 이명을 소재로 한 들리다, 잘못된 오해가 부른 사건인 휘다, 쌍둥이들의 텔레파시를 다룬 보내다와 친구 결혼식에서 벌어진 위장하다, 마지막으로 연극 연출자의 죽음인 연기하다까지 총 일곱 편의 이야기는 어떠한 감각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그것이 딱 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과학적인 증명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소재들이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태연히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인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렌자키지만 그 화술에만은 늘 감탄해 마지않는다. (49p)


특히 사이비 종교 문제는 없어지진 것 같고 우리 주위에 없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계속 되고 있는 그런 부분이라서 나라마다 다르지 않음을 짐작한다. 본문에서도 그러듯이 그들은 사람들을 적당한 말로 현혹한다. 그것은 점을 보는 무속인들도 그렇지 않은가. 실제로 점을 본 적은 없고 사주 같은 것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대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과거에 어떠한 일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알고 보면 그들의 화술에 현혹되어 의뢰를 한 사람이 다 직접 말하는 그런 케이스다. 그것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나오는 콜드 리딩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실제로 이런 일에 종사하고 있는 무속인들은 신을 노엽게 하면 안되다는 식으로 반응할 지는 몰라도 생각의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제일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에서도 염을 받는 사람들이 실제로 감각을 느끼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유가와 교수가 확실히 보여준다. 그 장면들이 아주 통쾌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이런 것들은 다 허상일 뿐이라 말하고 싶어졌다. 


구사나기 형사가 친구인 유가와 교수를 찾아서 사건에 도움을 의뢰하는 데는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오랜만에 아주 배가 든든히 채워진 느낌이다. 이래서 '게이고는 중독성이 있다'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가 보다. 이제는 그만 읽어야지 하면서도 신간이 나오면 또다시 손이 가는 그런 작가니 말이다. 이 중독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출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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