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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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니가시마. 이 섬에 가고 싶어졌다. 동과 서로 나뉘었던 마을이 하나로 연합하고 거기다가 관광 산업의 부흥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자리 잡아서 사람들의 핫스팟이 되어 버린 그 섬에 가고 싶어졌다. 루이루이씨가 있을까. 다스쿠도 있을까. 쇼와 나나는 결혼을 해서 섬에 완전히 자리 잡았을까. 궁금한 게 너무너무 많아져 버렸다.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작가는 늘 그렇게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버린다.


그의 전작들을 죽 읽어왔을때도 그런 느낌은 계속되었다. 무지개곶의 찻집에서는 여전히 에쓰코씨가 맛있어져라 하면서 커피를 만들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쓰가루 백년 식당에서는 계속 국수를 만드는지 하며 타마짱의 심부름센터는 아직도 여전히 운행을 하고 있는지 에밀리는 그 바닷가에 살고 있는지 스미레는 밴드생활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실제로 존재해서 그의 주인공들을 그곳에서 우리와 똑같이 살고 생활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아니, 현실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이런 밝고 명랑하고 의지가 굳은 주인공들이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니 그건 너무 비극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충분히 작품에서 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밝고 굳건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판타지스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이 섬에서 몇 년 살고 다시 본토로 돌아가니까요. 좋은 의미에서 즐겁고 태평하게 지낼 수 있는 겁니다. (112p)


회사에서 자신이 맡아서 하던 일까지도 밀려나서 배를 타고도 한참을 들어와야 하는 그런 섬에 놓인 다스쿠. 처음에는 반항도 하고 거절도 해 봤지만 종내는 결국 이 배에 타고 있다. 멀미를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회사돈으로 여행을 한다고 말이다. 이 섬을 되살릴 프로젝트를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단순히 며칠 동안 쉬고 돌아가서 사표를 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바퀴 돌면 다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작음 섬마을에서 그는 이 사람들의 분쟁에 휘말리고 헤어질 수 없는 연인들의 로미오와 줄리엣 상황을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한마디로 남에서 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차이는 굉장하다.


언제까지나 잔잔하고 다 착한 사람만 있으면 안되니 극적인 순간에 오해의 불씨가 생기고 그것은 확 불을 당겨서 갑자기 큰 불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 불을 존재하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그 불론 인해서 오히려 사람들은 더 자신들의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후에 오해는 당연히 풀려야겠지.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그런 결론이 작가의 특징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몇 명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지인들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한'이라는 말이 붙지 않으면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상대다. (250p)


출판사에서는 BTS의 노래를 홍보에 사용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작가는 영리하게 그들의 노래를 이 작품 속에 슬며시 삽입했다. 그 노래의 가사가 주는 마력이 있으니 솔직히 잘 어울린다. 시류를 잘 반영한 케이스라고 보인다. 하지만 그 노래 없이도 내게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품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갇힌 지 벌써 2년.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절해고도의 섬을 다녀왔다. 그 속에서 그들과 같이 어울리고 악수 대신 교수를 하고 그들의 전쟁에 참여하고 그들의 축제에 참여했으니 말이다. 만끽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벌써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오랜만에 맛보는 포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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