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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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등대에서 실제로 등대지기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흔적도 없이. 그들이 생활했던 등대는 문이 안쪽으로 잠긴 채로. 그들이 분명 나온 것은 분명한데 날씨가 좋지 않아 배도 뜨지 않은 날씨였다는데 그들은 없어졌다. 그야말로 미스터리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상황이다. 그 이후로 그들은 다시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은 '플래넌 섬의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남아버렸다. 이런 소재가 작가들의 구미를 잡아당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는 인간의 지식이나 능력 또는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사건들은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통칭해서 부르곤 한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동상들만 하더라도 그러하다. 기계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그 큰 돌을 가져다가 깍아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작은 돌들을 깎아서 붙인 것이 아니라 통으로 되어 있는 돌이라고 하니 놀라울수  밖에. 거기다 하나도 둘도 아닌 여러 개의 동상들이 줄을 맞추어 군집하고 있으니 더욱 놀랄 밖에. 버뮤다 삼각지대도 그러하다. 그곳에만 가면 사라져버리는 비행기나 배들.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그것은 그냥 우연이나 사고라고 할 뿐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던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밝혀내기 어려운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신비스러움이다.



마치 그 등대원들이 처음부터 여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이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그냥 날아가버린 것처럼. (32p)


어찌보면 이 등대지기들이 사라진 것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분명히 한 공간에 머물렀었고 닫힌 공간이었고 그곳에 존재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라는 점이 아주 흡사하다. 크리스티의 소설 속에서는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었고 한 사람씩 죽임을 당하면서 사라졌고 결국 혼자 남은 사람도 죽음으로 그 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곳은 다르다. 목적이 있어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등대라는 곳은 저들의 일터였다. 교대 근무를 하면서 등대를 지켰던 사람들이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고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또 한 사람씩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동시에 없어져 버렸다. 진짜 무슨 연기가 사라지듯이 그렇게 말이다. 더군다나 배가 가지도 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해를 가할 외부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 소설 속에서처럼 그들은 서로를 죽이고 마지막 사람이 없어진걸까. 그렇다 해도 그들의 시체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넘은 사람이다 처리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 라는 의문이 또 남게 된다. 그렇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된다.



만약 내가 바다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는 날에는, 바다는 나까지도 핥아서 그 바닥으로 삼켜버릴 거예요. 내가 여기 사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377p)


없어진 사람은 그렇다 해도 남은 사람은 어찌할 것인가. 실제로 사라진 사람들의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세 사람의 애인이나 아내들이 나온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야 의기투합해서 남자들을, 등대지기들을 찾으려고 노력도 했겠지만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들도 저마다 살 길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들도 평생을 바다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 누구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야기는 그대로 남았디. 등대지기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남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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