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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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구성이다. 언제나 사건은 앞쪽에서 터져야 한다. 전반부가 너무 길면 늘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엿가락처럼 늘어진 이야기를 다시 텐션을 붙이려면 그보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런 장르소설에서 텐션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그것을 얼마나 유지하게 만드냐가 흡입력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앞부분은 성공적이다. 자신이 매번 하던 루틴대로 행동을 했는데 생각지 못했던 사고가 일어났다. 그 누구도 자신이 언제 사고를 당하리라고 예상할 수 없기에 이건 그야말로 그냥 사고일 뿐이었다. 보험사를 부르고 서로 간에 보상을 해주면 될 일.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도경수는 감금되었다. 


누군가를 어떤 장소에 가둔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이를 유괴했다 하더라도 그 뒤처리가 복잡해진다. 자칫 아이가 우는 소리라도 났다가는 주위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범행은 금방 들통나버리고 만다. 어른의 경우는 어떨까. 며칠까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실종으로 볼까. 실제로 실종을 신고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하루 이틀은 신고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거기다 범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이나 sns를 통해서 일정 관리를 하고 있다면 더더군다나 실종으로는 신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체 누가 그를 이곳에 가두어 놓은 것일까. 그것도 친절하게 다친 부위를 치료해 가면서 말이다.


사실 이 첫 챕터를 보는 순간 도경수라는 캐릭터를 의심해본다. 그저 단순히 아무나 감금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이면에는 복수가 깔려있는 것이 가장 기본일 것이고 그렇다면 과거에 이 도경수라는 사람이 무언가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것이 들통나지 않았던 경우라거나 하는 것을 당연히 의심해보게 된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경찰 쪽의 일을 했었더라면, 지금도 하고 있다면 그런 의심은 더 짙어진다.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도경수와 그들을 납치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이때쯤 되면, 이렇게 관계가 드러나 버리면 그 다음에는 한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기다 과거의 사건이 바탕이 된다면 누구라도 그들이 범인일 것이라고 의심할 만 하지 않은가. 더구나 이 이야기처럼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그런 의심이 더욱 깊어지는 셈이다. 분명 여기 나온 사람이 범인이다. 


작가는 여기저기 곳곳에 이 범인의 흔적을 던져 놓았다. 맥락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유추해 낼 수 있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던져진 힌트들을 잘 꿰어 맞추다 보면 분명 놓친 점이 보일 것이고 그 놓친 점을 잘 파악해서 아주 뿌리 깊은 곳까지 파헤친다면 이 사람들이 놓친 진범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건은 저질러졌지만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따로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은 진범이 잡혀서 빨리 종결되었고 그 이후엔 복수만이 남았다. 한 점 의혹까지도 말끔해 해소되는 날 이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날 것이다. 분명 무언가 하나는 예상했을지 몰라도 마지막 하나는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작가의 작품은 항상 이렇게 아주 약간은 비극이 남아있다. 배경에 깔려있다. 



항상 궁금했던 게 있었다. 살인자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147p)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일까 선한 것일까를 두고 철학자들은 자신들만의 논리를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살인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태어나는 인간은 없을테니 말이다. 사회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관계라는 것을 맺고 살다 보니 잘못된 어긋남 인연이라던가 잘못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고 그것이 참아서 쌓이거나 해결되지 못할 때 터져 버려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그것이 범죄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에서의 그 딸아이라던가 서미애 작가의 [잘자요 엄마]에서는 그 딸아이가 그런 피해자들이 아닐까. 물론 그런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다 살인자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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