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이다. 일곱 개의 이야기들. 대개 초기작들은 묵직하고 사회적인 부분이 반영되면서 추리의 맥락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단편집이라서 그런지 약간은 슴슴한 느낌이다.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음식의 맛이 무조건 마라맛처럼 매워야지만 맛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음식에 따라서는 비교적인 담백하고 슴슴한 맛이여야만 제 맛을 드러내는 진가를 드러내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이 딱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잔혹하게 죽인다거나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거나 하는 장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이 단편들을 통해서 사람이라는 그 존재의 진실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 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 이후의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것이 단편의 마력이다. 자꾸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게 되는 것.

 

<자고 있던 여자>는 등장하는 사람에 관한 설명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경우다. 친구에게 자신의 집을 빌려주며 사건은 발생했을 것이다. 집을 빌려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그의 집을 빌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집을 빌려주고 자신은 밖에서 잠을 자고 들어온 아침, 그는 자신의 집에서 영문 모를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와 같이 왔냐고 물어도 그녀는 자신은 술에 취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일단 출근이 급했던 그는 회사에 가서 누가 이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인지 알아보기에 이른다. 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 궁금증을 잔뜩 불러 일으키고 그것을 그대로 가득 담은 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풍선에 바람을 넣고 그걸 빼지 않은 채고 그렇다고 주둥이도 묶지 않은 채로 둥둥 띄워 놓은 셈이다. 언제 터질지 언제 바람이 빠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남자는 이 여자를 어떻게 했을까.


<판정 콜을 다시 한번>에서는 독특하게 스포츠를 소재로 삼았다. 이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추리나 스릴러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예전에는 야구를 소재로 한 [사우스 포 킬러]라는 작품도 나왔었지만 요즘은 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다. 야구나 농구나 축구 기타 등등을 소재로 한 전문성 있는 스릴러는 나오기 힘들려나. 그러고 보니 [유령 생활기록부]라는 신간에서는 야구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도박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런 식의 짧은 조건 말고 좀 더 깊숙한 그런 심도 깊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런 소설이 있으면 좋겠다.


<죽으면 일도 못해>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이 부각된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보고서도 사람들은 주스를 사는 등 자신들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현대 사회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니면 상관없다는 그런 무관심함을 보여주는 것일까. 회사 휴게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그는 분명 타살임에 분명한데 그렇다면 누가 그를 죽인 것일까. 


이런 식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가득하게 들어 있는 이 단편집은 작가의 초기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기이며 단편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부담없이 한 편씩 읽어가는 재미를 누릴 수가 있을 것이며 장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촘촘하게 구성된 단편의 매력을 외면하기를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