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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평점 :
[고독한 늑대의 피]를 읽었다. 이토록 단단하게 아니 딴딴하게 결합된 이야기라니. 이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했다. [반상의 해바라기]를 읽었다. 감탄했다. 솔직히 일본의 장기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외면했던 작품이었다. 복잡할 것 같고 고리타분할 것 같았다. 작가 이름을 반드시 확인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숨돌릴 틈 없이 읽혔던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 바로 이 [달콤한 숨결]이다. 역시는 역시다. 전작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갈 뿐 아니라 새로움을 더했다. 바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작가가 원하던 대로 말이다. 전작에 비해서 다른 성의 주인공이기에 이 책은 이 이야기는 새롭다.
그냥 웃으며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162p)
별도의 차례가 없이 바로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다시 한번 확인한다. 역시나 없다. 차례가 없는 이야기. 훅 들어온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공간으로 이끌어간다. 나도 따라간다. 아홉, 열. 문이 앞에 있다. 그 문을 연다. 나에게는 어떤 장소가 앞에 놓여 있는가.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후미에의 이야기. 그녀는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한 케이스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만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뚱뚱해지고 자신을 가꾸기 보다는 아이들 먹을 것이나 가계를 챙기기에 바쁘다. 이벤트 응모를 취미로 한다. 당첨된 콘서트에 가서 우연히 자신이 동창이라고 하는 여자를 만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한 남자가 죽었다. 일을 하러 간 가정부가 발견해서 신고를 했다. 별장에서의 죽음이다. 병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경찰은 신분을 확인하고 그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가 살았던 집 그리고 그의 회사 등을 중심으로 하나씩 차분하게 반경을 넓혀 나간다. 물질적으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던 그의 삶이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그의 삶이 어느날 툭 끊어진다. 모든 기반이 흔들렸고 급하게 정리한 흔적이 있다. 대체 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이 여겨지던 두 이야기는 형사들이 증거를 따라가면서부터 점점 조여온다. 이제 한 접점으로 모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그 접점에서 폭탄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폭탄이 아니라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다시 타오른다. 터지기보다 오히려 그곳에서부터 다시 불이 붙는다. 발화점이 생긴다. 길고 긴 도화선을 따라 타오르던 이야기는 그 접점에서 한번 작게 폭발하고 그 이후로 다른 도화선을 따라서 다시 이어진다.
이번에는 훨씬 더 빠른 속도다 . 마지막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 지점을 향해서 빠르게 다다간다.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순간 그 도화선의 불꽃은 잠잠히 꺼지지 않고 결승점에서 그야말로 굉음을 내며 폭발하게 된다. 속이 후련한가. 아니 그 파편들로 인해서 상처를 입었다. 그러면서도 그 주위를 맴돈다. 먹이감을 앞에 둔 승냥이처럼 그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현장에서 달콤한 내음이 퍼진다. 불꽃은 그 달콤함을 따라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작가의 글에서 달콤함을 느꼈다. 역시나 빠질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나 더 숙련된 형사와 초보 형사와의 결합이 그야말로 찰떡이다. 처음에는 여자인 나쓰키와 팀이 되어 조금은 못마땅한 하타였다. 하지만 그는 똑 부러지게 일을 잘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 조합 신선하면서도 매력이 있다. 남녀간의 로맨스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이 캐릭터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작가님이 이 캐릭터를 살려서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시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