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온천 여행
다카기 나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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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하고 싶은 꼽으라면 아마도 여행일 것이다. 남들보다는 자유로운 직업인지라 일년에 적어도 한 두번은 해외로 나갔다 오곤 했었는데 그 숨쉴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렸다. 그나마도 내가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행이 아니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따라다니는 것으로 만족했었는데 떼를 지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버렸으니 그냥 간간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달까. 그래서인지 여행 관련 서적이 부쩍 인기가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여행이 고파서라는 이유 외에도 이 책을 보고 싶은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온천이다. 작가는 온천을 좋아하기도 하겠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서일까 온천에서 나온 직후 또 다른 온천을 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온천만 목적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내가 갔던 것은 북큐슈 지역으로 구마모토와 후쿠오카, 유휴인 벳부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다케오나 사가 지역은 한국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이라서 그곳의 온천들도 좋았다.

사실 온천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려서 그렇지 그냥 목욕탕이라고 해도 좋다. 일본의 목욕탕은 진짜 다양하다. 나는 사박오일 동안 하루에 한번씩 다 모두 다른 온천을 들렀었다. 물론 호텔도 온천호텔이서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열 개가 조금 못 되는 온천을 다녀온 셈이다. 작가만큼은 아니어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온천을 다녀왔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혹시 내가 다녀온 온천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일본은 온천이 꽤 발달한 곳이다. 내가 다녔던 곳들도 역에 족욕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 꽤 있었으니 말이다.그곳들은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일상적인 것들이 그립다.


작가는 도쿄를 출발해서 니가타, 시즈오카, 도치,기 후쿠이 등 총 여덟지역을 다녀온다. 길게는 이박삼일이지만 대개는 일박이일의 짧은 일정이다. 그 짧은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사용했는지 그림 속에서 그 촘촘함이 엿보인다. 실제로 작가가 짠 일정이 사진 속에 나와있는데 꼼꼼함을 여실히 보여준달까. 그렇기 때문에 기차를 놓쳐서 절망하는 작가의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그래도 또 얻는 것은 있으니 너무 실망하진 않아도 좋으리.


이 여행의 목적은 온천이지만 이동수단이 대부분 기차여서 기차 여행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중간중간 일일이 기차선을 그려주어서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머리속으로 그리면서  따라가게 된다. 일본을 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차도 지하철도 어마무지하게 복잡하다. 자유이용권이 있다고 해도 혼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노선이 바뀌게 되면 또 다른 표를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으로 그런 모든 경우를 다 대비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상상이 된다. 그 길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란.


온천마다 특징이 모두 다르다. 그림 속에서 그 차이점이 드러난다. 노천온천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도 있고 우리나라 찜질방처럼 되어 있는 곳도 있고 호텔이 같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역에 온천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 이 책의 즐거움 하나를 또 놓칠뻔 했다. 그것은 바로 먹거리다. 맥주를 좋아하는 작가는 어딜 가나 맥주와 함께 지역의 특산물을 먹는다. 그것을 보는 즐거움은 여행과 함께 놓쳐버린 즐거움을 되찾아준다.

[도쿄에 왔지만] 이라는 책을 통해서 작가의 그림의 재미를 알았다. 이번에도 그 재미는 여전하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딱 작가의 그림인 줄 알았다. 주인공은 단순화 되었지만 배경이나 그밖의 모든 것들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둔 덕에 여행하는 맛이 절로 난다. 이 책을 들고 그대로 따라가보고 싶은 기분도 든다. 한 지역이 끝나고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여행 팁 그리고 자신이 갔던 곳의 정보들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나중에 정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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