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죽음 앞에 서면 삶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192p)
프로스트는 그랬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한 가지 길을 골라 내려갔다고 말이다. 인간의 생은 단 한 번 뿐이기에 그의 시는 종종 인생에 비유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에 나에게 다른 또 인생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도 없이 무한대로 마음껏 살아본다면 어떠할까. 어떤 배우도 해 보지 못한 그런 나만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단 한번의 후회도 남지 않게 말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49p)
죽음을 선택한 노라 시드의 눈앞에 펼쳐진 도서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지만 죽음에 이르기 전 단계인 자신만의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오래 전 사서 선생님이었던 엘름 부인이 있다. 그녀는 노라에게 '후회의 책'을 건네준다. 그 책에는 자신이 살면서 후회했던 모든 일들이 적혀 있다. 후회를 하면 그 순간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 이보다 더 멋진 경험이 있을 수 있을까.
인생인 단 한 번 뿐이기에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다고 말이다. 만약 같은 상황이 또 찾아온다면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니 조금은 더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래서 자녀가 둘인 경우 둘째 아이가 조금은 더 진취적으로 독립적으로 자라는 경우를 더 많이 본다. 나도 이 생이 처음이라 이렇게밖에 살 수 없다고 말하는 후회 대신 그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삶이 진정으로 마음에 들었다면 그 삶을 계속 살아가면 된다. 만약 그것이 또 후회로 남는다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된다.
이 책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았다. 사람들을 언제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런 모든 아쉬움이 해소되는 지점이 바로 이곳 아니던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자신이 노라인 냥 마음껏 다른 인생을 살아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누구라도 다른 인생을 꿈꾸어 보지 않았겠는가? 결혼을 한 상태라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더라면 적어도 이렇게는 살지 않았을텐데 하면서 후회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알 수 없다. 사람의 인생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더 잘 되었을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못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되돌아 갈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단순하게 생각만 하는 것이다.
넌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선택할 수는 없다는 걸. (123p)
이곳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는 생각만 할 필요가 없다. 직접 경험해 보고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엘름 부인은 그랬다.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내가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그것은 그 삶을 직접 살아봐야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누구도 결과까지 세팅해놓고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이라는 작품이 연상된다. 그 주인공은 백 개가 넘는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도 여러가지로 나뉘어진다. 여러 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들 꿈꿔보지 않았을까. 자신의 다른 인격체가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다. 그것의 변주되는 느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그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또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기억하라. 자산의 삶을 선택할 수 있어도 결과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은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니 노라 시드도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 누구도 끝은 알 수 없는 법이고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 뿐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살아라. 당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