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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아밀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평점 :
공룡은 한때 이 지구를 지배했었다. 아니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그랬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단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크기도 크고 왕성하게 활동도 했었던 그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이유는 뭘까. 진화학자들 중에서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동물들 중에 몇은 공룡으로부터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로 살았다는 공룡과 비교해 볼 때 크기도 다르고 확실하게 다른 것을 볼 수가 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면서 코로나라는 단어를 빼고 설명을 할수 는 없을 것 같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숨어있다가 아니면 새로 만들어 져서 급작스럽게 사람을 타고 번지더니 온 세계를 다 감염시켜 버린 바이러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극히 작은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들까지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지역적인 감염도 아니다. 온 세계 곳곳 안 퍼져 나간데가 없는 것 같이 모두가 감염되었고 누군가는 보균자일수도, 누군가는 무증상 감염자일수도 있다.
사람이 다니기 어려운 오지나 인구수가 적은 나라들이나 지방들도 모두 코로나 때문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니 심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춤하는가 싶더나 어느새인가 변종 바이러스를 가지고 와서 다시금 득세하고 있다. 이러다가 인류도 공룡처럼 멸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공룡보다는 인류가 훨씬 더 영리해서 백신을 만들어 내는 등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가 조금은 더 우세한 것 같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우리를 소수인종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공식 분류는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인류 문명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인종이라는 뜻이다. 즉 머지 않은 미래에 멸종해버릴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13 p)
여기 이곳에서는 여자란 존재가 보호종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그들이 멸종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 각 나라가 해야하는 임무에 속해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을 더이상 훼손하지는 말고 보존을 하자는 것이 합당한 명분일 것이다. 사람이라는 종 모두가 보호대상은 아니다. 오직 여자뿐이다. 그것도 어리고 젊은 즉 후손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는 여자들만 보호대상이다. 어떻게하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작가는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녹여내고 싶지 않았을까. 동성애라던가 페미니즘이라던가 저출산과 무자녀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세대들까지 모두 이 속에 그대로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학교라는 이름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신들끼리 생활을 하지만 한창인 그녀들이 그렇게 순종만 할 리 없다. 누군가는 이곳을 벗어나고자 노력도 할 것이다.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볼 일이다. 그러다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럴지라도 그녀들을 다 막을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가끔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본다. 시골에 살지 않은 한 도시에서 그런 족음을 당할 동물은 개나 고양이 또는 새들이다. 그들은 왜 거기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가. 개나 고양이 같은 경우는 주인이 있는 경우보다는 길고양이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죽음을 당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가 있었던 것 뿐일까.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 가끔 동영상에서 길을 건너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서 비상등을 켜고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차들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이 그렇게 보호를 했듯이 지금 우리는 우리를 보호해 할 시간일 것 같다. 바이러스에 로드킬 당하기 전에 말이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는 번역에 관한 에피소드를 그린 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책의 표지가 너무 이뻐서 더 금상첨화다. 그 에세이의 작가와 이 소설의 작가는 동일하다. 번역을 하면서 에세이를 쓰고 거기에 소설까지 참 문학적으로 다재다능한 작가다. 부지런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쓰고 상상하고 현살화 시키기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작가의 색다름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