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영매탐정 조즈카 - 아이자와 사코

영매탐정 조즈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영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영화 <사랑과 영혼>이다. 죽은 남자주인공이 살아있는 여자친구를 구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그런 영화였었다. 마지막에 영매의 몸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그 장면이 참 아름다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영매가 실제로 가능할까.

표지가 신비로움을 준다. 구불거리는 긴 흑발의 머리에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진 한 여자. 그녀는 손목에 스카프를 감고 있다. 자신이 묶인 걸까 아니면 연출을 한 것일까.

소설을 쓰는 작가 고게쓰. 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적인 탐정은 아니다. 단지 경찰을 도와 몇가지 사건을 해결했고 그것이 조금 유명세를 떨쳤을 뿐이다. 그가 사건은 해결한 것은 전적으로 모두 그의 능력때문은 아니다. 그는 한 사건을 계기로 조즈카라는 영매를 만났고 영혼을 볼 수 있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다. 세밀함이나 추리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자신의 능력이 뒷받침이 된 것도 물론 있다.

우는 여자 살인, 수경장 살인 그리고 여고생 연쇄 교살사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사건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그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영매라는 주인공이 들어가니 영적인 요소들이 더 가미되어 이 책만의 특징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령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때 냄새로 범인을 예상한다거나 죽은 영혼의 힘을 빌어서 그 당시 상황을 알아내서 범인을 짐작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 설정들이 터무니 없거나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나왔던 사건을 보면 형사들도 범인이  너무 안 잡혀서 답답한 나머지 점이라도 쳐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던가. 실제로 그들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반전은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카운터 펀치를 한방 먹은 기분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사건이 다 잘 마무리 되었다 이래야 하는데 남겨진 이야기들은 다시 한번 앞의 사건들을 뒤적이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듯한 느낌이랄까. 좋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왜 다시 봐야지 하는 것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야만 그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