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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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래가 있다. 누군가에게느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노래인데 같은 노래라 할 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노래. 내게는 성시경의 <두사람>이라는 노래가 그랬다. 오래 전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같이 들었던 노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엠피쓰리로 이어폰을 나눠서 들었던 노래. 헤어졌어도 노래는 좋은 감정으로 남았는데 아는 동생에게는 전남친이 좋아하던 노래라 싫다고 했었다. 하나의 노래를 가지고 남아 있는 기억이 다른 이유다.


또 그런 노래가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나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듣게 되는 그런 음악말이다. 누구의 음악인지도 모르는 채 그냥 좋다 하면서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그렇게 들었던 노래가 좋다 싶으면 그때부터 그 음악을 부른 사람은 누구인지 찾게 된다. 그렇게 또 누군가의 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의 주인공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건 어떨까.


여기 하루카가 있다. 그녀가 이런 케이스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들었던 음악. 음악듣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는 우연히 들었던 음악이 마음을 울리자 그 노래를 계속 재생시켜 본다. 그리고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을, 그 음악을 부른 사람을 찾는다. 그러다 알아낸 한 가지. 그는 일 년 전에 죽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주행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경우를 보자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고 조금 거슬러 가면 EXID의 <위아래>가 그런 경우이다. 롤린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었던 것이 몇년을 계속해도 뜨지 못하던 그룹은 해체를 결심하고 짐을 싸고 다 나갔던 경우였다. 단 며칠간의 차이로 노래가 확 뜨자 그룹은 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해체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 케이스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곡도 그러하다. the noise of tide. 아무도 모르게 묻혀져 있던 음악이었지만 하루카에 의해서 재생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의 음악이 다시 세상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 이 음악은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까.


하나의 음악을 소재로 해서 작가는 시간과 공간과 대상을 자유롭게 배치해두었다. 그저 단순하게 보이지만 이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의 곡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관계를 가지고 분석을 해서 쓴 영어 본문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여러 관계가 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노래나 한명의 가수를 매개로 해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끼리도 건너건너 연결이 되어 있다고 말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은 감성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케이팝의 인기가 죽 뻗어나가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 모두 같은 감정으로 말이다.


이야기의 앞부분에서 바로 시작되는 줏타의 곡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홰서 가장 마지막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이 대체 어떤 곡이기에 들은 사람들마다 그런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어떤 음원도 들어볼 수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더 들어보고 싶어진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책 각 장의 제목은 실존하는 곡명이라고 했다. 이 음악이라도 찾아보고 싶지만 이 곡들도 일본 노래들일 듯 한데 원제가 적혀 있지 않아서 검색을 해서 음악을 들어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음악이 그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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