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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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탈옥을 했다. 경찰은 즉시 대응책에 나서지만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도대체가 찾을수가 없는 그.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간다. 디체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탈옥을 기점으로 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무언가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조여오는 그런 긴장감이 조성된다. 디데이와는 또다른 느김이다. 누군가 시간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잡히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임에 분명한 게임이다. 아니 그 전에 그는 왜 탈옥을 했는가. 아니 그보다도 더 이전에 당초에 왜 그는 사람을 죽였는가. 그것이 더 궁금해진다. 사람을 얼마나 잔혹하게 죽였기에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었나. 그것부터 살펴봐야 할 일이다.

그는 사람을 죽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을 죽였다. 한가족이었다. 아이와 그 부모를 죽였다. 젊은 부모였다. 남들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도 않았을 그런 가족이었는데 그는 무슨 이유로 그들을 죽인 것일까. 잔혹한 사건이지만 그 사건 속에서도 살아 남은 사람은 있다. 바로 남자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그녀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지목을 한 것이 바로 그였다.


사건은 탈옥수를 쫓아가야지만 할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이야기로 궤도를 튼다.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요양소에서 일을 한다. 사람들에게도 착실하니 일도 잘 한다. 또 다른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공사장에서 일을 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은 착실하게 하는 편이다. 이런 곳에서 일할 사람 같지는 않다는 것이 동료들의 생각이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쯤 되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누구를 말하는지가 궁금해진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은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여러 직업군을 전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범죄자였다. 그렇다면 여기 이 사람도 그와 같은 그런 범죄자일까. 하지만 범죄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량하고 평범하며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것은 다 계획된 범죄일까.

작가는 산발적으로 나누어 놓은 뭉텅이들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모으기 시작한다. 시작과 끝이 같은 귀결점에 이르도록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긴장감이 바야흐로 가장 고조되는 클라이막스 지점이다. 그 지점을 넘어가면 허탈함에 이르게 된다. 대체 왜 그는 그런 인생을 살아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찰하게 된다. 작가는 비참한 현실을 무언가 다른 것으로 좋아보이게 코팅하지 않고 오히려 그 쓴맛을 그대로 다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참 맛이 아리고 쓰다. 뒷맛이 진하게 남아돈다. 묵직한 두께만큼이나 진함이 남아있는 그런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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