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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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는 직업은 프리랜서다. 즉 공식적인 일정에 나서지 않는 한 자유롭게 옷을 입어도 된다는 소리다. 나 또한 프리로 일을 하다 보니 옷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례로 나는 365일 중에서 지극히 더운 여름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350일 이상을 청바지만 입는다. 종류별로 색깔별로 스타일별로 다양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특별히 티셔츠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에 못지 않게 많은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 나난T라 이름 붙여야 할까.

 

 

작가는 사 두고 입지 않은 티들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하얀색의 티셔츠는 아까워서 못 입은 옷 중에 하나다.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북유럽 작가라면 단연 한 손가락으로 꼽는 요네스뵈. 그의 얼굴이 담긴 옷이다. 뒷면에는 오슬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이 오슬로 지도를 입고 그곳을 활보하길 바라본다.

 

 

작가는 기념으로 받은 티셔츠들도 많다고 한다. 내가 가진 티셔츠도 그런 기념 셔츠이다. 책 발간을 기념하여 만든 굿즈이다. 단지 밖에서는 입지 못하는 옷이 되어 버렸는데 그것은 저 그림 때문이 아니라 사이즈 때문이다. 분명 라지 사이즈인데도 불구하고 내게는 너무나도 컸다. 어벙벙해 보이는 그런 모양새 때문에 입고 나갈 수 없는 것 뿐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번에 신간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마저도 기대가 된다.

 

좋아하는 티셔츠 중에서는 검은색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 입는 옷은 하나는 난타 기념 티셔츠이고 다른 하나는 니싼 기념 티셔츠이다. 난타는 공연을 보러갔다가 기념으로 샀던 것 같고 니싼 자동차가 그려진 것은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이 기념으로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둘다 여름이면 한번씩 꺼내 입는 잇템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옷을 소재로 해서 하나씩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 정말 독특한 생각의 발상이지 않은가. 당연히 작가가 어느 정도 이름이 유명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아무리 티셔츠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한들 유명세에는 하등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수집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단 모아 두어야 그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각나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다 그렇다는 일반화는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다 한번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티셔츠들을 꺼내보지 않을까.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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