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일상

지니아는 잠에서 깨어났다. 일했다. 잠들었다.

팩스턴은 잠에서 깨어났다. 일했다. 잠들었다.

(293p)

get to the warehouse where eveone get the bargain~!

그때, 내가 텔레비젼을 틀면 하루에도 서너번 이상은 듣는 그런 cm송의 일부분이었다. 웨어하우스라는 창고형 수퍼의 광고였는데 앞부분 웨어하우스를 노래하는 부분은 잘 들렸어도 뒷부분은 왜 그리도 안 들리던지 아마도 처음 그곳에 도착해서 한동안은 저게 뭔 말인가 하고 궁금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웨어하우스가 창고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오래전 그때 그 노래가 기억났다.


면접을 보러 간다. 내가 원하는 분야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곳은 대기업이니까. 합격을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정은 두가지가 남는다. 그래도 일자리가 급하니 일단 그곳에 남아서 일을 하는 것과 시작도 하기 전에 그만 두고 나오는 것이다. 당신의 결정은 무엇인가.


여기 두명의 남녀가 있다. 팩스턴과 지니아다. 그들은 탭을 들고 입사시험을 치른다.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합격을 한다. 둘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합격을 하지는 않았다. 하나는 뛰어 다니고 싶었지만 관리직이었고 하나는 전문직을 원했지만 피커로 뽑혔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입사를 한다. 하나는 갈 곳이 없었고 하나는 이곳의 비밀을 찾아야 한다. 서로 다른 동상이몽을 꿈꾸는 그들은 서로의 목적을 가진 채 연인 아닌 연인이 된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서 가진 감정은 진짜일까.


집도 주고 돈도 주고 일자리도 준다. 하지만 그곳이 결코 유토피아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려면 댓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것은 크레딧이라는 이름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결국엔 돈이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샤워를 하려면 필요한 뜨거운 물까지도 말이다. 이곳에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그들은 직종 별로 다른 색의 폴로셔츠를 입는다. 사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기 편하게 나눠 놓는다는 것이 명목일지는 몰라도 어떻게 말하면 이것부터가 벌써 계급을 나눠 놓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를 일을 하고 누군가는 그들을 감시한다. 마치 교도소와 같은 일상이다.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고서는 아무데로 갈 수가 없으며 하다못해 자신의 방을 나가서 화장실이나 샤워를 하러 가더라도 시계를 차야한다. 이것은 족쇄가 아닌가.

거기다 그들은 철저한 등급제로 이뤄진다. 별 다섯개가 기준이다. 못하면 별이 하나씩 사라진다. 별이 하나 남으면 바로 퇴출이다. 말은 쉽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가. 빨간 셔츠 피커의 예를 들어보자. 시계에 그려진 초록색의 선. 노란색이 되면 별이 하나 사라진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냥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려면 뛰어야 한다. 그것도 미친듯이 뛰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화장실가는 시간도 쉬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다. 이것은 감옥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곳에서 일을 한다. 그곳밖에 갈 곳이 없기 때문일수도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지 못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하면 무엇을 하는가. 그보다는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기업이 손을 뻗어온다. 그들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면 바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더 싼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결국은 그것이 대기업의 횡포이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이 모든 회사의 경영자인 깁슨의 블로그 글이 팩스턴과 지니아의 일상도 같이 편집되어 있다.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경영자의 말. 모든 것을 의심하는 나는 그 말부터 믿지 않았다. 분명 이 사람이 말하는 것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파악했다. 그렇게 말해놓고 죽지 않고 다른 곳으로 숨어버리거나 하는 그러한 일을 생각했다. 내 추측이 백퍼센트 딱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는 정확히 맞췄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택배시스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도 어떻게 보면 저들의 삶과 다르지 않을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계급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길. 그 어떤 사람도 갑질을 당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모두가 다 평등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적어도 끼니를 챙겨먹고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고 일할수 있도록 말이다. 후반부 생각지도 못했던 지니아의 발견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영화 <설국열차>의 그것을 닮았다. 어떤 것은 모르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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