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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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열 다섯명의 저자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글을 엮었다. 그들은 모두 사십 언저리 나이 대의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글 뒤에 나오는 간략한 저자 소개 글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자신들의 이름으로 낸 저서들이 있고 유명 잡지의 편집자도 있으며 교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하는 말들에 다 무조건 공감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워낙 다양한 삶들이 소개되고 있으므로 그들 중에 단 한 사람의 입장에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친구를 예전 그 모습으로 기억하는데 사실은 다들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닌 거잖아. (11p)

개인적으로는 이 많은 글들 중에서 프롤로그에 가장 공감했다. 우리 자신은 이십대와 별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 적어도 그때의 친구들을 만나면 더 그러하다 - 실제의 우리 모습은 그때의 우리 모습과 전혀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간을 멈춰놓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점점 나이 들고 죽음으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사를 자주 다닌 탓에 어렸을 때 친구들은 남아 있지 않다. 고등학교 때도 분명 누군가와는 친하게 지냈겠지만 대학에 오면서 그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는 - 아무 이야기나 막 할 수 있는 그런- 대학때 만난 친구다. 처음부터 막 친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과이긴 했지만 오티 때 사진을 보면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동아리도 아니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달랐기에 전혀 다른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랬다 할지라도 우리는 여름 방학이 되기 전에 벌써 친해져 있었고 그 이후로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다. 그것이 이 책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 대의 내가 친구와 만난 방법이다.


분명 이 책의 저자들과 비슷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제목과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해볼 건 다 해봤다니 그렁 말을 할 수 있는 그네들의 삶이 조금은 부럼다. 물론 나도 남들 못지 않게 안 해볼 경험까지 다 해봤지만 아직까지 못 해 본 것은 더 많고 나이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경험들도 있다. 그러니 절대 나는 제목과 같은 그런 배부른 소리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한들 어떠한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나이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 아니던가.

결혼을 했어도 안 했어도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아이의 유무와도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재정적 상황이나 직업적 경력과도 전혀 상관없이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은 오직 나 자신과의 일이니 말이다. 주위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찾고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야 다른 모든 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방법도 변할 것이고 가족들이 나에게 대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인생이 더 길어졌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처럼 안 해 본 것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나 자신을 찾아서 나다움을 확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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