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인류의 재앙과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요즘책방 책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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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씩 깜짝 놀라곤 한다. 이미 오래전에 쓰여진 이야기가 지금과 똑같은 상황을 나타낼때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인데 우한이라는 지명이 언급되고 그곳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되는 [어둠의 눈]을 읽었을 때 사람들은 다들 이것이 미래에 관한 예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더랬다. 그런 느낌은 바로 이 책 [페스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보에는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봉쇄하라'고 적혀 있었다. (85p)

처음에는 별 것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도 그랬고 오랑시의 사람들도 그랬다. 단지 쥐 한마리 아니 몇 마리를 본 것 뿐이었다. 우리는 그냥 환자가 몇 명 나온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번져 나가는 질병은 결국 도시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바이러스가 옮겨질까봐 편지도 보낼 수가 없었으니 그나마 영상통화가 가능한 지금이 더 낫다고 해야 할까.


오랑시에서는 특히 피해가 심한 구역을 격리시키고 직무상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말고는 외출을 금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217p)

도시가 문을 닫았으니 당연히 그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동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시로 갈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주지 안에서도 자유스럽게 오갈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질 거리를 주지 말자는 것이다. 적어도 2미터를 간격을 유지해야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대비책이다. 그나마 외출금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환자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었으며 의식 또한 밤샘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결국 저녁나절에 죽은 사람은 그대로 송장이 되어 혼자 밤을 넘기고, 낮에 죽은 사람은 지체 없이 매장되었다. 물론 가족에게는 알리지만 대개 그 가족도 만약 환자 곁에서  살았다면 예방 격리는 당하고 있었던 터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222p)

지금은 사망자 수는 많지 않지만 한때는 마구 늘어나기도 했었다.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다. 부모가 코로나에 걸리고 그대로 사망한 경우 자식들은 마지막 얼굴도 못보고 그대로 영영 이별인 것이다. 바이러스가 퍼질까봐 마지막도 보지 못하다니 거기다가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것도 소설 속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작가는 이런 사태가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차라리 지진이었다면! 한번 와르르 흔들리고 나면 끝날 텐데...... 그리고 죽은 사람 수와 산 사람 수를 헤아리고 나면 그걸로 끝난 거니까요. 그런데 이 망할 놈의 병은 글쎄!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생병을 앓게 된다니까.(148p)

이 문장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진이 와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연 재해는 비록 피해는 있을지언정 지나간다는 것이 있지 않은가. 태풍도 지진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라는 것은 다르다. 인간보다도 생명력이 질긴 바이러스는 오히려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변이되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니 자연재해보다도 훨씬 더 질기도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거기다가 병에 걸린 사람들 말고도 다른 사람들까지도 혹시나 전염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니 저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때까지 페스트에 관한 모든 뉴스에 대해서 그렇게도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242p)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신경이 바짝 날카로와져 있었다. 어디에서 환자가 나왔다고 하면 동선 하나하나까지 파악을 하고 혹시 내가 갔던 곳은 아닐까 두려워하며 일일이 찾아봤었다. 그런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이제 일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무뎌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한 두사람 아니 열 댓명까지 나올때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환자가 나왔는지 우리 동네에서 나오지는 않았는지 찾아봤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려주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났고 당국에서도 자세한 동선을 알려주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새상활 보호라는 이유로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디선가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당신은 어느만큼 관심을 두고 있는가.


오래 전 나왔던 소설이 어지나 우리네 상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혹시나 이 작가가 예언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실일리는 없지만서도 말이다. 그가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현실화되었다. 그럴 바에는 조금은 더 나은 상상을 해주었다면 하는 쓸모 없는 바람을 가지게도 된다. 다행인 것은 이 페스트라는 소설의 희망적이게 끝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도 희망적이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머리같은 존재의 코로나가 자고 일어나면 하루아침에 싹 하고 사라져 있기를 그런 허황된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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