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4]로 처음 작가의 책을 읽고 그 다음 읽었던 책이다. 전작과 같은 그런 묵직함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가벼울지도 모르는 책이다. 아예 기대감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게 훅 빠져서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다른 추리들과 달리 주인공의 직업이 독특하다. 도둑이다. 그것도 사람이 있는 밤에 털러 들어가는 밤털이 전문. 그가 감방에서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전문적인 살인범이 아니고 또 그가 범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들이 그리 무겁지 않다. 아니 실제로 누가 죽고 죽이고 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데도 불구하고 그리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하나의 이야기가 연쇄적으로 물고 물리는데로 마찬가지이다. 왜 그리 느껴지는 건가. 분명 64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아주 묵직하게 끌고 갔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굳이 무겁지 않아도 좋다. 내용 자체가 재미나니 그것으로 족하다. 주인공은 쌍둥이다. 그런데 이젠 아무도 없는 혼자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모두 불에 타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스스로 불을 지른 엄마에 의해서 말이다. 엄마는 왜 그런짓을 하게 된걸까. 왜 온 가족을 다 죽음으로 이끌었을가. 꼭 그렇게 해아만 하는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그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이쪽 일에 뛰어든 그. 친구였던 경찰에 의해서 잡혀서 감옥살이를 하고 나오는 길이다. 다른 책과는 달리 괄호와 꺽쇄의 사용이 빈번하다. 그의 쌍둥이 동생의 이야기를 표시하기 위해서이다. 이중인격과는 다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중인격은 자신이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어서 생활하는 것이고 이것은 죽은 동생의 혼이 자신의 어딘가에 같이 있어서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그런 상황이 실제로 가능할까. 동생의 인격이 자신에게 남아 있다고 하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동생이 함께 붙어 있으므로 인해서 좋은 점도 꽤 있다. 무엇이든 잘 외우는 똑똑한 동생덕에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쌍둥이 둘이서 한 여자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 여자는 결국 살아남은 형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 죽은 동생은 여전히 그 여자를 사랑할까.

 

쉽고 단순한 사건일수록 답에 근접할 확률은 높아진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답을 알아내고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내겐 가벼워서 더 좋았다. 그런 이야기. 도둑이 주인공인것도 나름 재미는 있구나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