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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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단지 숫자 하나만으로 제목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내용에 자신감이 있다는 소리다. 기타 부연의 설명이 없어도 좋을만큼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 책의 몇장을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거의 7백 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이 나는가 싶으면 금세 또 연결된 다른 이야기로 옮겨간다. 처음에 갈등관계로 나오던 미해결 사건인 64 사건이 해결되어지는 그런 느낌으로 가다가 어라랏 하는 느낌으로 끝나버린다.  

 

사실 64 사건이 범인을 잡는 것으로 미해결 사건이 해결되길 원했다. 그런 식으로 범인을 잡는 것 같았다. 십수 년동안이나 묵혀 두었던 그 피해자의 원한이 해결되는 것 같았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미친 속도로 달려왔기에 전혀 안타깝지는 않았다. 형사부에서 경찰로서 범인을 잡는 형사였던 미카미는 경무부 소속인 홍보실 홍보담당관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홍보부보다는 자신이 있었던 그곳 형사부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언론과 경찰과의 관계가 실제로 어떠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경찰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일본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언론과 경찰과의 관계는 물과 기름과의 관계 같다. 그러면서도 갈라설 수 없는 그런 부부같은 존재. 떼어내고 싶지만 떼어질 수 없는 그런 관계. 공생도 기생도 아닌 그런 관계. 그럼으로 인해서 홍보담당관인 미카미는 수사의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 형사부와는 항상 껄끄러운 그런 관계가 되어 버리고 만다. 언론과 가깝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형사들과 가까울 수도 없는 그런 중간이 끼인 존재. 이 책에서 왜 홍보담당관을 모집한다고 했는지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저 그런 갈등으로 계속 되었다면 지루해 질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미카미의 하나뿐인 딸이 집을 나갔고 그것을 전제 조건으로 깔면서 조금은 더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그는 언젠가는 형사부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의 현실은 홍보부에 있고 다른 형사들은 그를 박쥐같은 존재로 인식하며 한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에서 자신의 딸을 찾아준다는 그런 압력하에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런 미카미는 기자단과 갈등이 일어나고 경찰청장시찰이라는 큰 사건도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 64사건이 들먹여지고 유괴사건의 피해자였던 아버지를 청장이 찾아가는 그런 그림을 원하게 되고 담당관인 그는 그 사건의 피해자를 찾아가서 청장이 만나기를 바란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다.

 

해결되지 않았던 64사건의 뒷 이야기들을 미카미가 알게 되면서 그는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풀어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그는 경찰의 입장에서 서야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사건에 사건이 계속 된다. 특히나 마지막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걷잡을수 없이 큰 스케일로 대형화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믿어주는 것 아닐까. 모든 갈등의 원인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해결된다면 모든 원인이 제거가 되고 갈등은 해결국면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크고 장대한 스케일 안에서 작은 이야기들이 오밀조밀하게 펼쳐진다. 그렇지만 그것이 하나도 작게 여겨지지 않는다. 각각의 일을 별로 본다면 그것 자체로도 훌륭한 이야기 감이다. 작은 이야기들을 묶어서 큰 스케일로 만들어내는 존재. 유괴사건이 기본적으로 주가 되지만 누군가가 연쇄적으로 죽고 폭탄이 터지고 하는 유럽식 스케일과는 다른 존재감이 묵직하게 있는 일본소설이다.

 

한번 잡으면 그 긴 이야기가 단숨에 읽히고 마는, 아니 단번에 읽어야만 하는, 아니 읽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감이 있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두번 읽을때는 또 다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마도 또다른 느낌으로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혀질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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