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히데오에게 뭐든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하는 상대는 히데오가 아닌 다다토키다. (146p)

 

작열. 끓는다. 단어도 끓고 표지도  끓는다. 활활 타오른다. 이야기는 작열하다 스스로 지쳐 파멸했다. 언제나 주장하듯이 사랑은 타이밍인 것을. 그러나 그 누구도 그 타이밍을 딱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짝이 옆에 있는 사람이라면 신께 감사하시길.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전반부에 걸쳐서 사랑이 전제되어 있다. 사랑이 있었기에 복수도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 없었다면 그까짓 일이야 그저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가고 내 인생을 살았으면 될 일이다. 복수를 하고 싶을 만큼 자신의 남편을 사랑한 그녀다.

 

그녀는 지금 방문의사의 아내다. 아침에 남편을 배웅하고 나면 그녀는 본격적으로 집 뒤지기에 나선다. 무언가를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남편의 은행잔고를 찾아내고 무언가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무조건 다 사진을 찍어둔다. 그녀는 보통의 아내와는 다르다. 남편에 대해서 사랑이 아닌 그 무언가를 찾고자 접근했음이 너무나도 명백하다.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남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었다. 병원에 있는 동생. 여자는 남자에 대한 마음은 좋지 않지만 그 동생에게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싶어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아이를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동생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일까.

 

[성모]의 작가다. 워낙 강한 이야기라서 모두가 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던 그런 책이다. 그 이후 [절대 정의]로 돌아왔었다. 충분한 미스터리를 담고 있찌만 전작에 비해서 본다면 어느정도 약해진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작가 특유의 개인을 통한 사회적 메세지를 전하는 것은 여전했다. 그 이후 이 작품이다.

 

전작들에 비해서 본다면 확실히 어느 정도는 강함이 물렁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물렁함이 낯설 뿐 싫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말랑해진 느낌이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책장을 빨리 넘기게 만들어 버린다. 두껍지 않은 페이지는 이야기에 속도감을 붙여서 달아난다.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고 남편이 숨기고 있었던 이야기가 드러나고 동생이 행동을 취하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스스로 봉합한다. 작열하던 이야기는 스스로 불을 줄여간다. 이제는 태울 것을 다 태웠다는 듯이 말이다. 안타깝다. 부디 그들의 남은 인생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그렇게도 타이밍은 언제나 서로를 빗겨나는 것일까.

 

나.

이사람에게 끌리기 시작했어-.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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