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대본집 2 - 전희영 대본집
전희영 지음 / 이은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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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지영이는 만났어?(미소) 좋았겠다, 울 아빠. 나만 혼자네..(애써 씩씩하게) 두 사람한테 내 꿈에 좀 와달라고 전해줘. 내가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눈시울 붉어지는데 후- 심호흡) 괜찮을 줄 알았는데... 평생 흘릴 눈물은 다 써버린 줄 알았는데 (울먹이는) 또 눈물이 나네. (200p)

 

- 1권과 2권 두권 모두를 털어서 가장 많이 울어버린 순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는 문장들. 이 대사를 지수는 어떻게 연기했을까. 담담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러면서도 애절하게. 아직은 혼자가 아니지만 내가 혼자가 된다면 그 순간을 생각만 해도 조금은 무섭다.

 

같은 나이, 같은 학교의 자녀를 둔 학부모.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로 다시 만난 그들. 이미 20년 전에 사랑했던 사이. 하지만 그때부터 주위의 반대로 인해서 결코 이뤄지지 않았던 사랑. 누군가는 피해야만 했던 그들의 만남.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그들의 사랑. 그래서 시간이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러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일까.

 

다시 만난 사랑 또한 쉽지는 않다. 이혼했으나 아이가 있으니 연결되어 있는 전남편이 있었고 그 전남편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었으니. 더군다나 재현은 더하다. 사랑 없는 결혼이기는 하나 아직은 결혼이 유지되고 있는 중이니 그들의 사랑이 알려지면 당연히 불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거기다가 재벌의 사위라는 위치가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닌 까닭이다. 그러니 그들이 다시 만났다고 한들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참 어렵고도 고된 일이다. 사랑이 이다지도 힘들다면 누가 하겠냐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마는 시간을 겪어서일까 그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지수와 재현.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각개전투를 하던 이들은 하나로 뭉쳐서 자신들의 현실에 단단히 무장하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지는 자들의 편에 서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옹호하고 나섰는지도 모를일이다. 따로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 생각하니 것이 다르고 지금 현재 있는 곳이 다르니 당연히 행동이 다를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 믿고 의지한다. 그래서 그 사랑이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에는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 일단 지수만을 해바라기 하던 영우가 그러하다. 언제나 한발 뒤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섬세하게 봐주던 그 남자. 그리고 지수와 재현 그들의 배우자들이 그러하다. 재현은 서경을 사랑하지 않았어도 서경은 아니었다. 그 남자가 자신을 봐주기를 늘 기대하고 바랐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을 뿐이다. 그것은 지수의 전남편 세훈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준서와 영민. 언제나 엄마를 먼저 위하던 영민의 마음은 어떠할까. 아빠와 이혼한 것은 알았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가해자의 아빠를 엄마가 좋아한다면 충격이지 않을까. 준서는 더하다.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아는 아이는 언제나 피해자가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들 때문에 아프고 힘들다면 그들의 사랑도 재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둘만 본다면 이제서라도 그들의 사랑을 응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내게 화양연화는 왔었는가. 갔었는가 아직 오지 않았는가. 아니면 바로 지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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