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하이츠의 신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에서 이미 반해버린 책이다. 어찌도 이리 아름답게 밤하늘을 그려낼 수가 있었을까. 구름 사이에 가리워진 달. 그 달빛이 오롯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여서 그 청아함에 한번 더 빠져들게 된다. 분명 저 하늘은 내일 맑은 하늘을 다시 보여줄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의 책을 제일 처음 접했던 것은 츠나구였다. 아무리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그 이야기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과 딱 한번 만날 수 있다는 그 이야기는 조금 뻔하지만 감동과 재미를 함께 안겨다 주었다. 그 이후로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왔다. 누군가는 가장 최근작인 [거울 속 외딴성]을 최고로 꼽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이번에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인 <트루 마더스>의 원작인 엄마의 마음을 그려낸 [아침이 온다]를 최고로  꼽을 수도 있겠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읽는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쉐어하우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슬로하이츠라는 독특한 이름의 집이다. 새로 지은 신선함이라던가 하는 면은 부족할지도 모른다. 빤딱빤딱한 인테리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장실도 욕실도 부엌도 모두 공용으로 써야만 하는 그런 오래된 집이다. 그런 곳에 그들이 산다.

 

그들이 사는 곳은 독특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곳에 사는 그들은 독특하다. 작가, 편집자, 각본가, 화가 그리고 만화가까지. 그들에게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에  그들은 자신들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려내고 만들어 내고 써낸다.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이 하는 일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도출되는 상황도 생긴다. 소설을 읽고서 죽음을 계획하는 일 따위가 그러하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사건에 대한 책임은 그 소설을 쓴 작가의 몫인가. 그런 글을 썼다는 이유로 그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머릿속으로는 다 그려져 있지만 그것을 현실화 하는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 만들어 놓았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러번 수정을 가하기도 한다. 완벽한 작품이라는 것은 결단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뿐인가. 그들은 현실과도 맞서야한다.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면 안되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일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서만 쓴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으로 사람들을 즐겁게도 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직업으로써의 창조자들이다. 그만큼 더 치열한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소리다.

 

슬로하이츠에는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과 아직 뜨지 못한 사람들이 섞여 산다. 잘 나간다고 해서 거들먹 거리지 않고 아직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기죽지도 않는다. 물론 그 자리를 떠난 사람은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그저 충실하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 나름대로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집주인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파티를 열어주는 쉐어하우스의 동료들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 않은가. 언젠가 이런 곳에서 다같이 살고 싶다는 소망이 든다. 나도 그들 속에 같이 살고 싶다는 소리다. 자격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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