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낯선 이름이 아니다. 어디선가 본듯 한 이름이다. 그런 궁금증을 덮고 일단 책을 읽어본다. 훌훌 잘 넘어가는 이야기는 그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분명 이와 같은 스타일의 이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검색을 해본다. 맞다. 재회. 그 작가의 글이다. 내가 써 둔 글을 다시 읽어본다. 알겠다. 그 책과 이 책은 내용도 다르고 주인공도 다르고 사건도 다르지만 아주 많이 닮았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말이다. 난 이제 이 작가의 스타일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난하다. 재회에서도 썼던 이야기다. 그렇게 막 사건들이 연달아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닌 우리네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렇지 않은 이야기. 그것을 잔잔하면서도 흡인력 있게 끌고가는 힘이 있는 그런 이야기다.

 

제목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등장인물이 나오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말이다. 단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것 그것이 작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하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의사 남편과 결혼해서 지금은 전업주부다. 친정은 별로지만 시댁은 2대째 의사집안이다. 잘 산다는 소리다. 시부모와 가까이 살지만 따로 산다. 매일 점심은 시모와 같이 먹는다. 아직 아이는 없다. 그럭저럭 평범한 삶인 것 같다. 그만하면 말이다.

 

여기 또 한 여자가 잇다. 홍보부에 있다. 남자는 없다.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게 딱 맞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을 하다 우연한 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서 학교 선배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다 싶다. 이번에야말로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나 싶다. 그것이 과연 그렇게 쉬울까.

 

또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학교 선생이었다. 사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집과 재산을 물려주셨다. 그 이후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여행을 하면서 살아간다. 집에 없을 날이 더 많다.

 

마지막으로 한 여자가 있다. 두번째 여자의 학교 후배다. 학교에 들어와서 잘 지내나 했는데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는 일단 휴학을 하고 그 후로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는 어떻게 지냈을까.

 

이 모든 여자들이 다 연관이 있다. 한 남자를 중심으로 말이다. 남자와 여자. 이 세상에 단 둘뿐인 존재. 너무나도 명확한 의도가 밝혀지지 않는가. 거기다가 그녀들의 범죄라니. 아무리 보아도 그녀들이 모여서 무언가 범죄를 만들어 냈음이 분명한데 그 범죄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노래를 불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