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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전자를 공유하는 상대는 온 세상에 한 명뿐이에요. 바로 그 사람이 DNA 매치인 거예요.(229p)
THE ONE. 오직 단 한명. 이세상에 내 짝이라고는 단 한명뿐인데 그 매치가 완벽하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성격말고 유전학적으로 딱맞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딱 맞는 짝이라면 그 짝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려낸 더 원은 우리 사회에서 사랑과 믿음 그리고 과학이라는 것의 조합으로 생겨날 수 있는 비극과 희극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서 그려내고 있다.
우리 모습에 있는 그대로 만족하지 않은 건 자기였잖아. 상처가 생길 때까지 멀쩡한 살을 후벼댄 건 너였어. 그러다가 내가 딱지를 뜯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네가 가만히 놔뒀어야지. (301p)
곧 결혼할 한쌍의 남녀가 있다. 그들은 매치를 거치지 않았다. 충분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믿고 있지만 가장 친한 친구는 검사를 받으라고 성화다. 검사를 받아서 서로가 서로의 매치라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들이 매치가 아니라면, 서로가 서로의 다른 매치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때까지 쌓아온 모든 신뢰외 사랑을 무시한 채 과학이 이끌어주는 대로 그들의 매치를 찾아서 떠나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완벽한 매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자신들이 사랑을 하니까 그것만을 믿고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늘 반복하지만 인간의 길은 단지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두 가지의 모든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 만약 다른 길을 선택하려면 이미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두번째 길을 가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길을 동시에 다 가볼수는 없는 것이다. 매치를 선택한다면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을수도 있고 사랑을 선택한다면 그 완벽함이라는 것이 못내 찜찜함으로 남을수도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9.99달러. 우리 돈으로 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의 돈만 내면 매치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유전자와 맞는 매치의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돈이다. 상대방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사는 곳을 알 수 있다는 소리다. 매치가 근처에 살거나 같은 나라에 산다면 만나볼 기회라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나이가 너무 차이가 난다거나 지구 반대편에 산다거나 동성이기나 하면 참 난감할 일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단지 그것은 매치를 선택한 자신의 몫인 것이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취하게 될까.
아이를 유산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매치를 신청한 여자. 경찰관이면서 매치를 신청한 여자. 일을 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 결혼을 앞둔 커플. 거기에 이 모든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나들며 교차된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다른 생활과 사고관으로 인해서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상황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개개인의 사연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내가 그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상상을 하면서 읽게 된다.
평범한 케이스만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인물들 중에서도 강한 개성의 인물들은 배치해 두어서 자극적인 쾌감을 추구하면서 sf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람이 극도의 한계상황에 몰렸을 때의 일을 전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빨라지는 리듬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짝을 찾고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 본능에 과학을 섞어 교묘한 잡식성 괴물을 만들어 냈다. 괴물은 처음 징그럽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된다. 하지만 이 괴물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그런 매력의 소유자이므로 누구든지 이 괴물과 처음 접근한 순간 매력에 빠질 것이다. 물론 또 만나게 되고 싶은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