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계약서 1
플아다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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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전계약서

우승희와 한무결은 혼인에 앞서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

-두사람은 결혼식 이후 10년간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

-각각의 가족 행사 참석은 연 1회로 제한한다.

-가족 행사 참석 시간은 세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기타 다른 가족의 부양은 하지 않는다.

-부부관계는 갖지 않는다.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는다.

-간통시 위자료 50억을 지급한다.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한다.

-서로 경어를 사용한다.

-두사람은 언제든 합의 하에 이혼할 수 있다.

93p >

 

세고 강하고 스릴이 넘치거나 아수 진저리치게 으스스하거나 미친듯이 정신 나간듯이 피터지는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 이런 종류의 달달구리한 로맨스물은 그저 아주 단순하게 심리정화용이다. 멋지고 이쁜 남녀주인공이 나온다고 설렐만한 십대나 이십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했으면서 이런 남자가 내 남편이었면 하고 꿈을 꾸는 그런 팔자 좋은 신세도 아니다. 그냥 지극히 현실적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명의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이런 로맨스 소설이 주는 쾌감을 모조리 다 오픈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혼전계약서. 어른들의 계약에 의해서 빚과 돈으로 맺어진 우승희와 한무결. 그들은 강제로 결혼을 해야 되는 처지이고 한무결은 우승희가 지극히 너무나도 좋지만 우승희는 그런 그가 탐탁치 않다. 물론 처음에만 그러하다. 그녀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가 좋다. 자존심 싸움만 할 뿐이다. 그는 물론 가진 것 많고 잘생긴 주인공답게 무조건 앞으로 돌격이다. 뻔한 결말이지만 그들 사이에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꽤 재미나게 읽힌다.

 

앞으로 돌아가서 저 계약서를 검토해보자. 저 계약서는 우승희가 작성해서 한무결에게 보낸 것이다. 5항 부부관계는 하지 않는다면서 7항 간통을 하면 위자료를 물어달라니 이거야말로 어불성설, 말도 안되는 처사다. 성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수도 있다. 그것이 간통이 되는 것은 아니 되겠지만 이런 결혼 제약이 걸린 것이라면 서로간에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물론일 터이고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윈도우 부부이지 않은가. 그런 주제에 간통이라니.더군다나 6항에서는 사생활은 간섭하지 말란다. 이건 뭐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지. 이것은 이 계약서를 작성한 우승희의 지극히 이기적인 성품이 보이는 그런 계약서라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며느리가 될 그녀에게 가족행사 참여가 1회라니 이건 말도 안되는 계약 그냥 말 그대로 소설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며느리에게 물어봐도 답이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계약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런 것을 현실적으로 따져가며 읽지 않는다.

 

그저 잘생기고 멋지고 이쁜 주인공이 나와서 서로 밀고 당기고 연애를 하며 종내는 해피엔딩을 이루는 것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을 읽는 목적인 것이다. 그런 것을 충족하기라도 하라는 듯이 책의 제일 앞에는 멋진 일러스트가 삽입이 되어 있고 1,2권 합본에는 일러스트 엽서가 동봉되어 있다. 누구라도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을 즐길 권리가 있다. 아니 의무가 있다. 매일 똑같은 현실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로맨스를 꿈꿔 보아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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