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때면 처음 읽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에 동화로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단순히 메그와 조, 베스와 에이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 읽었다면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는 따로 보지 않아도 되니 다른 것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일단 구성이다. 작가는 네명의 여자 자매들을 주인공으로 구성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그들이다. 언니다운 면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메그와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며 약한 베스, 자기 주장 똑 부러지는 막내 에이미 그리고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킨 이 집안의 아들 같은 존재인 조까지 서로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지만 여기에는 없는 캐릭터인 '남자'라는 요소를 바로 옆집에 붙여 두었다.
그 아이가 이 가족과 연결되면서 에피소드는 더욱 풍부해지게 된다. 더군다나 한창 자랄 시기의 아이들이 아닌가. 남자와 여자. 이 관계는 여자들만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묘한 긴장감을 안겨다 주게 된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있어서 오직 여자들로만 구성된 마치 가와 비교해서 할아버지와 손자만 살고 있는 로리네는 더욱 비교가 된다.
거기다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만큼 풍족하게 살지는 않지만 굶지는 않을 정도의 계층의 마치 가와 아주 부자인 로리네는 더욱 극명하게 극과 극을 달리게 된다. 그런 구성은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리라. 그런 차이를 통해서 이 두가족의 차이를 드러내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런 차이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상황이라던지 인물간의 감정차이를 보여주고 싶었을수도 있다.
또한 어느 한쪽이 잘 사는 조건을 만들어 놓음으로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선한 의도로 하려 했을 때 하지 못하는 결과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히 안배한 것은 당연한 구성이다. 할아버지는 괴팍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더없이 다정한 할아버지다. 수줍음 많은 베스가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서도 남의 집에 선뜻 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주고 자리를 피해주고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해줄만큼 말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딱히 악한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극히 지금 우리네하고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평범한 가정에서 갈등과 반목과 시기와 싸움은 더 자주 일어나는 법이다. 에이미와 조의 관계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늘 아웅다웅하고 작은 것으로 토라지고 그러다가 또 어떤 사건을 계기로 풀어지고. 가족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별다른 말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그것말이다. 정말 두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미친듯이 물고 뜯고 싸워도 어쩌겠는가. 눈 뜨면 다시 보는 것이 가족이고 언젠가는 또 만나야 하는 것이 가족인 것을 말이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간 일년동안의 일을 그린 것이 1부의 이야기였다면 아버지가 돌아온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메그의 결혼식으로 시작하고 있다. 시간의 경과가 꽤 있는 셈이다. 앞의 이야기가 1년동안의 이야기를 전개해 놓았다면 2부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을 풀어놓는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듯이 보인다. 스케일도 더 커졌다. 그저 자신들의 집 근처에서 놀던 때와는 다르다. 에이미는 유럽으로 떠났고 로리도 할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조도 그 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만큼 작은 아씨들의 성장과정을 그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다르지 않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여자 자매가 있는 사람들은 더욱 내 이야기 같아하며 읽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내가 네 자매중 누구와 비슷한가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따스하고 감성적이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녀들만의 이야기. 이 작은 아씨들에 합류하고 싶다면 꼭 이 이야기를 읽기를 바라는 바이다. 나를 제외하고 온라인 상에서 안부를 전하며 친하게 지냈던 세명의 언니들이 있다. 딱 네명이어서 우리는 우리를 작은 아씨들이라고 불렀더랬다. 해외로 지방으로 전국 각지에 따로 살고 있어서 아직 한번도 모이지 못한 우리 작은 아씨들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