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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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딱 보는 순간 얼마 전 읽은 한권의 책이 떠올랐다. [살인의 쌍곡선]. 그 표지를 봤다면 아마도 이 표지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세로선을 중심으로 나누어진 두 남자. 차이가 있다면 한권은 얼굴을 강조해서 그렸고 한권은 전체적인 사람을 그렸다.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한권은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반면 다른 한권은 서로 반대방향을 보고 있다. 사진이 아닌 그림이기에 이것이 정확히 같은 사람인지를 분간하기는 어렵다. 만약 닮았다면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이야기를 읽어가면서는 하나의 영화를 떠올렸다. <빽투더퓨쳐>. 아마도 오리지널은 아니고 속편일 것 같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젊은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된다. 그가  그곳에 존재하면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할 엄마와 아빠의 만남은 어긋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자신을 비롯한 누나와 동생이 사진 속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일이 존재할까.

 

불교에서 그랬던가 만냐아 할 사람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고 말이다. 되는 것 하나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다쿠미. 그날도 역시나였다. 일을 하러 갔지만 그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오히려 상관에게 주먹을 날리는 꼴이 되었고 놀이동산에서 공을 던지는 게임을 했지만 번번이 빗나가는, 어찌보면 자신의 인생과도 닮은 그런 날이었다. 그를 만난 것은 말이다.

 

도키오. 자신의 이름을 도키오라고 했다. 시간을 살아간다는 의미. 자신보다 훨씬 어린 그는 어찌보면 애늙은이 같았다. 자신은 모를만한 이야기를 하지만 어전지 자신을 다 알고 있다는 그런 투의 말들이 그러했다.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친척뻘 된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그들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앞뒤로 붙은 이야기를 제외하면 이야기는 살짝 판타지스러우면서도 sf스럽다. 거기다가 한 여자의 행방을 뒤쫓기 시작하면서는 스릴러에 더 가까운 행보를 띤다. 약간의 음모와 권력다툼도 빼놓을 수 없다. 간간히 감동과 드라마도 살짝씩 가미한다. 그 감동은 앞뒤의 이야기가 첨부되면서 극대화된다. 그냥 재미있는 요소는 몽땅 다 들이부었다고 보면 된다. 그 조화로움이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섞이면서 녹아들어 더욱 근사한 맛을 남겨준다.

 

첫모금이 씁쓸하면서 진한 에스프레소였다면 거기에 우유를 타서 부드럽게 만들고 풍부한 거품을 올려서 리치한 맛을 주어 먹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고 얼음을 넣어 시원한 맛을 추가하고 살짝 시럽의 단맛이 맴돌면서 마지막 모금에 헤이즐넛 향이 감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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