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수야, 민수 좀 불러줘~!"

 

시작부터 뭔 말인가 하고 생각할 것인가? 왜 말도 안되는 단어 놀음인가 하고 생각하겠는가? 이 문장은 내가 학교다닐 때 우리 반에서 자주 쓰였던 말이다. 물론 내가 말한 문장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문장이 나오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민수'라는 아이가 두 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민수라는 이름이 사뭇 남자스럽지만 다행하게도 저 두명의 민수는 모두 여자였고 둘은 친구였으며 이 책에서와 같은 불상사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피해자는 궁금하다. 왜 저 아이는, 왜 저 무리는 나를 괴롭히는지 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그냥 모든 것이 그냥 싫은 것이다. 딱히 뭐가 어떠해서 어떠하다라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작부터 그들 사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강이 생겨버린 셈이다.

 

여기 이 둘의 관계도 그러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둘이지만 그들은 내 친구들처럼 잘 지내지 못했다. 친구는 커녕 어느 한쪽이 한쪽을 지배하는 주종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속칭 말하는 삥을 뜯는 것도 아니다. 단지 물리적인 힘이 가해질 뿐이다. 누군가는 대들면 되지, 서로 맞서  싸우면 되지 왜 당하고만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은 일 대 다수의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대드는 것이 어렵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전부 등치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어렵다. 대들어봐야 매만 늘 뿐이다. 그러니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왜 교사나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반문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시도해봤다. 돌아온 것은 비난과 누명이었다. 그러니 같은 실수를 두번 하지는 않는다.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로 몰려서 그 장소를 벗어났을 때는 편했다. 이제야말로 저들의 마수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대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껬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 했을지 이해하기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너무 일렀다. 그들을 만나게 되지 않았던 것도 잠시, 또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된 둘. 운명의 신은 왜 항상 비켜가지를 않는 것인가.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저 아이를 죽이던가 내가 죽던가 둘중 하나다.

 

장르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학을 심도있게 분석해가면서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독자들이라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읽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때 이 소설은 십점 만점에 십점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뒤쳐짐이 없다. 빙판을 가르는 스케이트 날처럼 슥슥 바닥을 지치며 앞으로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약간의 느슨함을 허용했다 싶을 무렵 바로 치고 들어 그 탄성을 유지해준다. 그럼으로 더욱 탱탱해진 느낌으로 죽 끌고 나간다.

 

현실성과 사실성은 더욱 그 탄력을 뒷받침해준다. 허황된 조건들이나 사건들이 아니다. 지금 실제로도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고 현실들이다. 그것은 지금 이 현장에 작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면을 반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허구적인 인물의 캐릭터를 쌓고 사건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다시 사실적인 조건들을 부여해 준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이야기는 탄탄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펴낸 책과는 조금 다른 결의 이 책이 작가의 다음 작품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지 더욱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