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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엄마 ㅣ 케이스릴러
이지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by the women, of the women, for the women.
엄마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다. 그것이 엄마의 힘이던가. 호연의 엄마인 영도.영도의 엄마인 청옥. 그렇게 삼대를 기준선으로 삼아서 이야기들을 더 넓은 우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호연의 생모인 준미. 그녀가 감옥에서 딸로 삼은 딸.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전문 킬러까지도 모조리 여자로 구성된 과히 여자들 특집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의 등장인물 군단이다.
한마디로 여자들의 세상이다. 3백페이지가 조금 못 되는 이 책에서 남자라고는 단 두명이 등장을 한다. 호연이 위급상황에서 도움을 청했던 전직기자 창성과 이준미가 일했던 곳의 주인인 민정원, 그 둘이 전부다.
엄마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가 없다고 한다면 엄마가 자신보다 일찍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엄마가 아이를 버렸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엄마가 많은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입양된 아이인 경우 아이를 낳은 생모와 아이를 키운 엄마, 그렇게 두명의 엄마가 존재할 것이다.
여기 호연의 경우가 그러하다. 취직도 실패하고 남자친구와도 깨어진 그녀에게 전해진 편지 한통. 자신은 기억에도 없는 생모가 보낸 편지다. 그녀는 호연이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생모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는 건가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자신의 엄마에게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선택에 따라서 이 상황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일단 등장인물이 적지 않다. 모두 여자라서 더 헷갈릴 법도 한데 우리나라 작품이니 그런 위험성을 덜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서로가 말하지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그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녀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점점 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서 독자적으로 나서게 된다. 그것이 의도하는 결과는 무엇이 될지 뻔하지 않은가. 모두의 파멸로 이끌수도 있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에 당선되어 이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데뷔작으로 여기지지 않을만큼 촘촘한, 내뱉지 못한 이야기들이 숨을 도사리게 만든다. 내쳐 달려 읽어야지만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 이 책을 잡기 전, 주변 정리를 확실히 하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시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느껴보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