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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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인간이 벌레가 된 이야기. <<죄와 벌>>, 한 청년이 노파를 살해한 이야기. <<안나 카레니나>>, 한 여자가 자살한 이야기. 이렇게 한 줄로 말할수 있잖니. 그런게 소설이야. (56p)

 

<소설의 잘 쓰려면> 이라는 제목의 가진 이야기에 나오는 교수의 말이다.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그것을 읽어봐 달라고 교수에게 내밀었을 때 교수가 한 말이다. 자신의 소설을 한 줄로 정의해보라고 하자 말을 하지 못했던 그에게 한 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작가의 소설을 한 줄로 말해 보고 싶어졌다. 여러 가지의 말들이 마구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다 결국은 두 줄을 선택했다.

 

소설 습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

읽다 보면 이어서 쓰고 싶어지는 이야기들

 

어찌 보면 비슷하고 어찌 보면 다른 두 줄의 문장들. 작가의 자신의 소설을 무엇이라 정의했을까.

 

소설의 구성 요소는 발단, 전개, 위기,  위기, 결말이라고 한다. 아주 짧은 이야기들을 요소의 특징에 맞게 분류해 두었다.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발단에 들어 있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찌보면 전개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도 있다. 편의대로 나누어 놓았지만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설을 읽는 새로운 즐거움이 주어진다.

 

테니스 코트에서 경기가 벌어진다. 에이스와 노인이 등장을 한다. 코트 사용비를 두고 갈등이 존재한다. 에이스와 노인이 경기를 한다. 에이스가 서브를 하고 마지막 문장은 노인이 서브를 하는 것에서 끝이 난다.

 

<에이스는 신촌에 갈 것이다>의 내용이다. 딱 세바닥, 한장 반의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다른 책에서 나왔더라면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이 튀어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다르다. 발단 단계의 첫번째 이야기가 아니던가. 왠지 모르게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님을 직감한다. 이 다음에 무슨 이야기를 이어볼까 궁리를 거듭하게 된다.

 

이미 주인공들은 나와 있다. 그들 사이에 어떤 대립 요소가 있는지도 파악되었다. 그렇다면 이 발단을 이어서 전개해 가면 된다. 물론 갈등 요소를 조금 더 확대시켜서 위기 관계를 그려내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그런 후에 그 위기를 클라이맥스로 극대화 시켜서 절정을 만들어 준다. 이후 그 모든 관계를 정리하는 결말이 필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비록 시작은 작가가 했지만 나는 나만의 소설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카티 보니당의 신작 [128호실의 원고]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작가가 원고를 쓰고 그것을 비평가에게 가져가다 잃어버린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찾은 그 원고는 뒷부분이 완성이 되어 있다. 즉 앞과 뒤가 각기 다른 작가에 의해서 쓰인 셈이다. 그런 식의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작가와 내가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각 단계마다 짧게 이 구성요소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적당한 비유를 들어가며 이 단계에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다고 강의하는 식이다. 짧지만 유용하고 작가의 이야기 다음 내용을 이어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과 함께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들을 모아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그 책의 제목은 [소설의 새로운 순간들]이라거나 [소설의 또다른 순간들]이어야 할 것이다. 동참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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