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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옥토퍼스
스티븐 롤리 지음, 박경희 옮김 / 이봄 / 2020년 2월
평점 :
테드. 당신과 릴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잘라가며 읽었죠. 마치 옥토퍼스의 다리를 잘라내듯이 그렇게 한챕터, 한 챕터 잘라가면서 말입니다. 원래 그렇게 잘라 읽는 것보다는 주욱 한번에 다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잘라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른 후에는 잘근잘근 씹어가면서 읽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던져준 옥토퍼스를 릴리가 그렇게 씹었듯이 말입니다.
사실은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 책소개를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 광고하는 것을 보지도 않았지요. 그럴지라도 제목에서 벌써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오로라가 보이는 것 같이 말입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떨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는 소리지요.
누군가는 미리부터 눈물을 글썽거릴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황과 공감해서 눈물을 펑펑 흘릴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원래가 눈물이 없는 냉혈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니까요.
그런 제가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단 한가지 이유였습니다. 테드 당신과 릴리. 당신들은 훌륭한 전사였기 때문이고 옥토퍼스에 대항하여 용감히 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인들이 울면 안되죠. 당당하게 맞서서 싸워야죠. 그리고 승리해야죠. 당신들이 옥토퍼스에 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멋지게 투쟁했고 그리고 이겼노라고 말이죠. 굴복하지 않았노라고 말입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누군가가 가까운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혹시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하게 됩니다. 테드 당신도 그랬겠지요. 더군다나 당신이 예전의 사진을 보면서 릴리의 머리에 있는 작은 옥토퍼스를 발견했을때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조금 일찍 발견했더라면 릴리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충분히 릴리와 함께 행복했고 그녀에게 행복을 주었을 겁니다. 서로간에 사랑했다면 그것으로 that's enough!
당신은 아직도 릴리와 이야기할 수 있나요? 릴리와 함께 했던 장소라면 그녀가 생각나고 그녀와 했던 말들이 생각나서 지금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런과는 어떤가요? 아직 잘 지내고 있나요? 혹시 바이런과의 사이에서 릴리를 닮은 아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개들의 수명이 사람보다는 확실히 짧아서 보통의 경우 그들이 먼저 사람을 떠나게 되지요. 물론 사고라는 변수가 생겨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장담할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도 당신이 개와 함께 한다면 제2의 또는 제3의 릴리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최선을 다해서 그들이 곁에 있는 동안 사랑하십시오. 그것이 가장 서로간에 행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됩니다. 릴리도 그렇게 생각해줄거라고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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