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천직입니다만 놀놀놀
양시명 지음 / 북오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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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이 맘이 내 맘같은지 미처 책장 하나를 넘기기 전 뒷장의 이야기만 보고서도 내 이야기인줄 알알네요. 연탄가스로 병원에 실려가고도 학교를 가야 하고 홍수가 나도 출근을 했다는 당신을 보면서 수두에 걸렸는데도 학교에 가야한다던 저의 어린시절이 떠올랐고 결국 초등학교 6년과 중고등학교 6년 모두 다 합쳐서 12년 개근상을 받고야만 제가 겹쳐보였답니다. 우리는 어찌나 고지식한지요. 아니 좋게 말해서 그런 것이지 다르게 보면 융통성도 없어 보이고 앞뒤  꽉꽉 막힌 사람들이라 할수도 있겠지요. 어쩌겠어요. 그렇게 살아온 것을요.

 

가장 나쁜 상황을 먼저 떠올리여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분명 당신은 여러 가지가 있을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지 않고 가장 별로인 것을 먼저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마지막에 아껴두는 것이지요. 제가 그렇거든요. 엄마는 항상 불만이십니다. 그런 것들이요. 좋은 것을 생각하고 맑고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시지요. 저 또한 안 좋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먼저 마음의 대비를 해 놓는 것뿐인데 말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삐딱하게 보면 저희 엄마와 같은 시각으로 보아질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내내 나도나도를 외쳐댔었네요. 우리는 어찌보면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종족일수도 있겠습니다.

 

작가님의 첫인상이 기억납니다. 길게 뵙지는 못했지요. 그렇다고 책을 읽은 것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다른 작가님의 소개로 인사만 했을 뿐인데 어느 정도는 알겠더라구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저 넘겨주셔도 됩니다. 소녀같으신 면이 있어보이면서도 약간은 까칠하겠다는 느낌과 함께 만만하지는 않겠다는 그런 인상, 크기가 작아도 알차게 꽉 들어차 있는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어딘가 허술해 보이고 사부작거리고 어딘가 다니기 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머무르기를 좋아하겠다는 그런 생각이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책에 나와 있어서 역시 에세이란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작가님의 일상이 어떠한지 무엇을 즐기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있는 기회란 전혀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택배가 와 있는지도 모를만큼 집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시는 글을 보면서 나 또한 몇날며칠이고 밖을 나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프리로 일하는 특성상 일이 있어야만 나가니 일이 없는 날은 그저 집이 좋아라 하고 있는답니다. 그래도 작가님이나 저나 운동은 합시다요. 작가님은 동네를 여행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니 따로 걷기 운동은 안 하셔도 되겠고만요. 저만 열심히 하는 걸로.푸힛.

 

요즘 시대에 혼자 사는 것은 흠도 아니고 흔한 일이 되어 버렸고 작가라는 직업상 혼자 있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타운하우스 같은 곳에서 모여 사는 것도 재미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필요시에 모이는 것이지요.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가까우면 매일 가련만 말입니다. 분명 만만치 않은 작업이겠지만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치 않고 해주실것 같아서 그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주옥과도 같은 보석들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 글을 보시고 더 고치고 싶으신 생각이 드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젠가 자리가 된다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도 영광일 것 같은데  작가의 삶이 일반 독자와 달라서 짬이 나실까 하는 작은 염려도 듭니다. 작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이야기가 작가님을 대변하는 듯이 보이는군요. 우리 혼자서도 잘 살아봅시다. 누구보다 멋지게 말이죠. 작가님의 혼삶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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