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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우리는 소중한 인연의 한 가족이잖아? (294p)
불안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표지를 보면서 불안했다. 내 불안함은 분명 세명의 아이들이 표지를 장식했던 1권과는 달리 단 한명의 여자만 남은 이 표지때문 일수도 있었다. 혹시라도 이 아이들이 부모를 잃음으로 인해서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정말 비극으로 귀결되어버리는 엔딩이었기에 그래서 그 불안함이 가시길 원했다. 뒷표지를 본다. 다행히도 그들이 거기에 있다. 두 오빠들. 막내에게는 든든한 동반자이면서 유일한 가족. 그들이 거기에 있었다. 읽기도 전에 괜시리 눈문이 빼꼼 치밀어 오른다.
오빠가 있었음 했었다. 어렸을 때는, 그리고 지금도. 이들처럼 나 또한 삼남매였다. 구성원은 다를지라도. 두오빠와 막내로 이루어진 이들과 딸,아들,딸로 이루어진 우리집은 분위기를 비롯한 모든 것이 사뭇 달랐다. 나는 첫째라고 해서 괜한 책임의식을 가져왔다. 동생과 한살차이밖에 안 나건만 내가 무슨 큰 누나라도 되는냥 감싸고 돌봐줬었다. 어린 시절의 일이다. 동생이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먼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나는 어느틈엔가 누나가 아닌 동생같은 존재로 남아버리게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동생이 오빠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오빠들이 이 책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심 오빠가 있는 그녀가 부럽다.
마지막이었다. 그들의 범행은.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방법 아니던가. 크게 한건 하고 이것으로 마지막이라고 손을 털겠다고 말이다. 그래도 이들이 이때까지 해온 범행을 보자면 그 결심은 인정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돈과 관련된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크게 나쁘게 된 사람 없고 그 사람을 절망적으로 나락에 빠뜨리지도 않았으니 이 정도면 신사적인 범죄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게 계획한 그들의 마지막 계획은 이상한 곳에서 어긋나버리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14년전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을 줄은 삼남매를 비롯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범인인들 알았으랴. 이것이 여기에서 맞물릴 줄을 말이다. 쉽게 풀릴 것 같던 부모의 죽음은 증거도 없이 증인도 없이 그렇게 묻혀진 사건이 되었었다. 공소시효를 딱 일년 남긴 지금까지 말이다.
그들은 복수를 결심했었다. 그 어렸을때의 결심이 이제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나서서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통솔하고 나선다. 헨젤과 그레텔을 이끌어 주었던 빵부스러기처럼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서 경찰들을 이끌어간다. 이 길의 끝에 자신들이 원하는 범인이 있다. 그러니 제발 경찰들이 범인을 잡아주길 기대하며 열심히 길을 만들고 다듬는다. 그들의 수고로움은 결실을 맺게 될까 아니면 그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인가.
작가는 뻔하지만 한번 더 비틀어서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범인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말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범인을 잡는다고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는다. 삼남매는 그들이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