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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그래, 범인을 알아내서 우리 셋이서 꼭 죽이자. (64p)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올라앉은 세명의 어린 아이들. 아이들이 쳐다보는 밤하늘엔 별이 하나 휙하고 떨어지고 있다. 아름답다. 서정적이다. 어떤 이성적인 생각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 하나로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는데 그 속에 아이들이라는 요소를 투입시켜서 더욱 무장해제시켜 놓았다. 순수함이 가득한 이 속에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는 발디딜 틈이 없어보인다.
아이들은 몰래 집을 나왔다. 부모님한테 말하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별똥별은 보지 못했고 막내동생은 잠이 들어 버려서 결국 업고 돌아와야 했다. 그나마 원했던 별이라도 봤다면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 텐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분명. 그런 그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사건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분명 간단히 풀릴 사건 같았지만 작가는 그런 단순함을 구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원한관계도 없고 그렇다고 그 밤에 누군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었을 것이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동생이 우연히 마주한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했지만 그와 비슷한 존재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작가는 초반 사건을 뿌려두지만 그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남겨진 사람들에 더 집중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안타깝지만 죽은 사람이고 그들의 가족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남겨진 사람들이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일가친척 아무도 그들을 맡아주지 않는 입장이라면 그들이 향할 곳은 단 한곳 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짐했던 대로 부모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돌봐줄 사람이 없다해서 모든 아이들이 엇나가는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들도 남들 보란듯이 잘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단지 그들에게 운이 없었고 그들을 속이려는 세상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기가 생겼을 뿐이다. 나만 당할수는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 머리로 다른 것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그대로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한번 맛을 본 이상 그들의 플랜은 더욱 다양하고 더욱 완벽해져 간다. 이제 그들이 목표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