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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엄마가 산다
배경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닌데 왜 자꾸만 마음과 달리 말이 엇나가는지 연화는 답답해 애꿎은 침대 매트리스에 발만 동동 굴렀다. (35p)
가은이 네가 쉽게 가르쳐주니까 금방 하겠다. 연화 그건 뭐만 가르쳐 달라고 하면 승질을 부려가지고. (64p)
딸이 있는 엄마라면 알 것이다. 엄마에게 딸은 애증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있는 딸이라면 알 것이다. 엄마를 분명 사랑하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는 한술이라도 먹고 가라고 성화고 그런 엄마 앞에서 딸은 성질만 버럭 내고는 나간다. 그래 놓고서는 그게 아닌데 하면서 후회를 한다. 분명. 집에 와서 엄마한테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것은 잠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생각은 잊고 또 툴툴거리며 엄마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일쑤다.
작가는 자신이 그런 딸이기에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어느 집이나 모녀관계라면 끄덕거리면서 동감할 이야기들을 전반부에 풀어놓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엄마와 딸의 관계가 바뀌었다길래 흔히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혼이 바뀐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영화와는 다르게 소설이기는 해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백수가 된 딸. 그런 딸을 보기 싫은 엄마. 당연한 것이 아닌가. 다 큰 딸이 공부를 핑계삼아 집에 있는 것은 말이다. 그런 딸 앞에 엄마는 자신의 대학합격증을 툭 던져 놓는다.
이 모녀, 다른 평범한 집과는 조금 다르다. 스무살에 아이를 가지고 자신의 대학을 포기한 채 혼자서 아이를 키워온 엄마다. 그런만큼 얼마나 그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겠는가. 보통의 가정보다 더욱 특별할 것임에 틀림없다. 아버지는 없지만 아버지처럼 의지하는 엄마의 친구가 있다.
그리고 엄마는 딸에게 못다한 사랑을 퍼주기라도 하는 듯이 하숙생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며 하숙집을 꾸려가고 있다. 이제 대학생이 된 엄마에게 하숙집 주인이란 어울리지 않는 지위이다. 딸 앞에 하숙비를 내놓은 엄마는 잽싸게 짐을 꾸려 빈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하숙집 주인은 딸에게 넘겨준 채로 말이다.
빠른 전개와 현실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이야기는 다음 페이지를 바로바로 연달아 넘기게 만든다. 실제로 밤이 늦어서 시작했지만 결국 손에서 놓지 못하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독서를 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하숙집에 살아보고 싶어졌다. 집이 멀지 않아서 기숙사나 하숙을 해본 적이 없다. 외국에 살 때는 홈스테이 형태로 살아보기는 했어도 말이다. 혼자 사는 생활이 익숙해져버린 요즘에는 하숙집을 찾기가 더 어려울 형편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하숙집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